금융개혁안을 놓고 정부와 한국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갈등이 민노총의
개입 등으로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때마침 이웃 일본에서도 금융제도 개편을 놓고 이해관계자들이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금융개혁을 위해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빚어진
쟁점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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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청 설립과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개혁은 일본판 빅뱅(금융대개혁)
에 대비한 제도정비의 핵심이라 할수 있다.

금융감독청은 내년 7월 총리부 산하기관으로 공식 출범한다.

금융감독청은 대장성으로 부터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감독업무를 넘겨
받는다.

감독청은 금융기관의 업무개선 정지등을 명령하는 "조기시정조치"도 취할수
있다.

그러나 감독청이 새로운 금융행정의 주역이 될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대장성의 관여를 허용하는 규정들이 곳곳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금융의 기획 입안기능은 그대로 대장성 금융국에 남는다.

금융국은 신용불안의 우려가 있을 경우 감독청과 사전에 협의하고 관련
금융기관에 자료를 청구할수 있다.

조기시정조치 발동에 필요한 자기자본비율등 구체적인 기준도 대장성에서
결정한다.

감독행정에 관한 명령도 대장성 감독청 공동으로 마련된다.

인적 구성에서도 문제를 안고 있다.

감독청은 3백50명 규모로 발족할 예정이다.

일본정부는 장관과 차관 검사부장 감독부장 등은 다시 대장성으로 돌아올수
없는 "노 리턴 룰"을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핵심인 검사요원을 비롯 90% 이상은 대장성에서 옮겨올 예정이다.

대장성 문제로 시작된 신금융행정또한 대장성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수 밖에 없는 여건인 것이다.

대장성과 금융기관과의 파이프가 그대로 가동되는 이같은 상황에서
감독청이 엄정하고 공정한 룰을 적용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매크로 정책면에서의 재정과 금융의 분리는 중앙은행인 일본은행법의
개정으로 확보될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 일은법의 개정은 금융개혁을 실현하기 위한 초기
조치로 평가될수 있다.

개정 일은법은 독립성, 정책의 투명성제고, 금융정책및 감독기관으로서의
역할강화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금융정책의 조타수역할을 하는 정책위원회의 역할강화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으로 꼽힌다.

정책위는 중앙은행재할인율을 포함, 금융정책에 관한 기본방침을 독자적
으로 결정한다.

지금까지 사실상 의사결정을 주도해온 임원회의를 폐지했다.

대장성과 경제기획청 출신위원을 멤버에서 제외시키고 꼭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참석토록 했다.

정부가 간섭할수 있는 여지를 크게 줄였다.

대장상의 업무명령권을 없애고 내각의 임원해임권도 폐지했다.

정책위의 의사록은 반드시 공개토록 했다.

일은은 해마다 두차례씩 국회에 금융정책 전반에 대해 보고해야 한다.

대장성의 낙하산인사를 근절시키기 위해 총재 부총재 정책위심의위원의
인사는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그러나 개정 일은법에도 대장성과의 연결고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정책위의 결정을 연기할수 있는 의결연기청구권을 대장성에 줬다.

법령위반의 경우 대장상이 일은에 대해 감독권을 행사할수 있게 했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