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차기 대통령후보 경선 구도에 새로운 변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어느 주자도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를 하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일부주자들간에 1차 투표를 전후한 합종연횡의 움직임이 일고 있어
결선투표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와함께 신한국당내 최대 계파인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가 17일 사실상
반 이회창 입장을 천명하고 나섰고 이대표측에 다소 우호적인 "나라회"도
이날 결성대회를 갖고 세확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경선구도는 한치 앞을 내다볼수 없게 됐다.

신한국당내에서는 정발협이나 나라회가 중립을 지켜줄 경우 이대표가 1차
투표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결선투표에서 반 이대표 진영 주자중 1명과 승패를
겨룰 것으로 예상해 왔었다.

하지만 정발협이나 나라회가 독자적인 후보를 내거나 또는 양측이 협의해
단일후보를 내놓을 경우 이같은 예상은 완전히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당 일각이 여권에서 이탈하는 사태까지도 예상되고 있다.

정발협은 이날 여의도 사무실에서 서석재 이세기 김정수 공동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상임집행위 전체회의를 열어 그동안 관망자세를 보여온 이대표의
대표직 사퇴문제와 관련, 이대표가 조속한 시일내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정발협측은 그러나 일부인사들이 이대표의 사퇴를 공식 촉구할 경우 이대표
측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좀더 지켜보자는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2~3일뒤 재론키로 했다.

이로써 정발협은 대표직 유지가 경선 공정성을 저해했다는 반 이대표측의
주장에 손을 들어 준 셈이다.

"비 이대표" 입장을 정리한 정발협측은 그러나 반 이대표 진영 주자중
누구를 지원할 것이냐를 놓고는 내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지지후보를 확정
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지대상으로는 이수성 박찬종 고문과 이인제 경기지사가 거론되고 있다.

"정발협의 독주"라는 위기의식에서 태동했다고 볼수 있는 "나라회"는 이날
서울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신한국당 원내외 위원장 96명과 전직 장차관급
인사 1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과시"를 겸한 결성대회를 가졌다.

나라회는 일단 민정계 출신으로 "14인 운영위원회"를 구성,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하고 하부조직구성및 향후 운영방안 등에 대한 의사결정을 위원회에
위임했다.

운영위원으로는 김기배 전의원과 김진재 강재섭 심정구 서정화 이환의
전석홍 남재두 이해구 이웅희 함종한 이상득 김태호 양정규 의원이 선임됐다.

나라회는 이날 당안팎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모임이 아니냐는 시각을
갖고 있는 점을 의식한듯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일체의 분파적
행동을 자세할 것이며 특정후보나 특정계파를 초월해 국민적 화합과 국가적
축제속에서 경선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라회는 그러나 정발협에 맞서기 위한 결사체 성격이 짙다는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한 핵심관계자는 "민주계의 결속이 강화되면 될수록 민정계의 결속도
강화될 수밖에 없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후보등록이 끝난 직후인 내달 3~4일께 지지후보를 밝히겠다는 것이 정발협
측의 입장이어서 나라회도 이에 대응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디 점쳐진다.

하지만 나라회가 과연 전체 구성원의 의견을 하나로 집약해 의견으로
특정후보를 지지할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중 다수가 친 이대표측 인사이긴 해도 상당수는
이한동 고문 또는 이수성 고문쪽에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당내에서는 정발협이나 나라회 등의 움직임에 상당히 부정적
이어서 이들의 독자후보추대를 더욱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최병렬 의원은 이날 신한국당 기자실에 들러 정발협이나 나라회 등의
움직임을 "세몰이"로 규정하면서 당내 분파행동의 자제를 촉구했다.

일부 대선주자들의 반응도 최의원과 대동소이하다.

어쨌든 차기 정권창출의 주도권을 놓고 세싸움을 벌일수 밖에 없는 위치에
서게 된 정발협과 나라회가 과연 정치권 일각에서 예측하듯 "김영삼 대통령과
이회창 대표의 대리전"을 치를지에 정치권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당내에서는 정발협과 나라회가 경선정국과 그 이후까지 당결속의 두 축으로
남아 있을것이라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분당" 등 최악의 사태로 이어가는
주체가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