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권한과 기능은 어떻게 재조정돼야 할 것인가.

한국개발연구원과 한국정책학회가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김혁규
경남지사는 "지방에서 바라는 지방중심의 경제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지제권 관광단지 승인을 받기 위해 38회 <>올 하반기 착공예정인
김해유통단지 때문에 25회 <>부산 연륙교 일로 23회나 관련 중앙부처를
방문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총무처자료를 인용,전체행정사무중 지방자치단체에서 수행하는
것은 25%에 그치고있고 그나마 재정 금융 과학기술 정보분야 사무는
지방에서 할수 있는게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그의 주장은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에도 권한의 지방이양에
큰 진전이 없음을 알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의 본질이 분권화라고 본다면 분명히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경제관련 업무에서 권한의 지방이양이 특히 저조하다는 것은 더욱 문제다.

경제및 산업지원에 관한 권한과 역할이 지방자치단체에 대폭 이양되지
않는다면 지방기업의 불이익-수도권집중은 결코 시정될수 없으며 지방중심
경제활성화는 구호로 그칠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권한의 지방이양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 가장큰 책임은 두말할
것도 없이 중앙정부에 있다.

가능한한 업무영역과 권한을 넓히려는 각부처의 기관이기주의가 우선
문제다.

지방에 넘기더라도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하지 않고 지방사무소등 이른바
특별행정기관을 설치하려는 성향도 두드러진다.

95년말로 따져 이런 유형의 특별행정기관이 7천2백47개나 되는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권한의 지방이양을 가로막는 요인이 중앙정부에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는 얘기다.

경제행정업무의 경우 기업등 그 대상자들이 계속 중앙관서에서 맡아주길
바라고 있는 것들도 적지 않다는게 사실이다.

그 일을 잘 아는 전문인력이 부족한데도 원인이 있지만,지방관서가
중앙부처보다 더욱 고압적이라는 좋지 못한 인상도 없지만은 않다는 점을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은 알아야 한다.

원자력발전소 수도권신공항고속도로 등과 관련,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보인
지역이기주의도 권한의 지방이양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장애요인이다.

토지이용 등에 대한 권한이 전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넘겨질 경우 눈앞의
세수에 치우친 무분별한 개발이 빚어져 장기적으로 보면 환경 등에
큰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는 시각 또한 없지 않다.

권한의 대폭적인 지방이양이 이루어지려면 그 필요성과 당위를 강조하기에
앞서 그 제약요인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슬기가 있어야 한다.

중앙정부의 전체를 보는 시각을 살리면서 지방분권화의 장점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해나가야 한다.

정책기능은 중앙에서 담당하고 집행은 지자체가 맡는 것을 근간으로 하는
업무재조정이 있어야 하고, 아울러 지자체의 행정자세도 개선돼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