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파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각료이사회에서 마무리될 예정
이었던 다자간투자협정(MAI;Multilateral Agreement on Investment)의
협상시한이 1년 더 연장됐다.

회원국들간의 이해조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MAI에는 시설등에 대한 직접투자 뿐 아니라 금융투자도 포함하는 다양한
부문에서 투자자유화를 모색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MAI는 금융개혁을 추진하는 우리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대 국제지역원은 이같은 상황을 감안, MAI와 경쟁문제에 남다른 탁견을
제시해온 에드워드 M. 그레이엄 박사를 교수로 초빙, 열띤 토론의 광장을
열어 놓고 있다.

특히 그레이엄 박사는 MAI의 틀을 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OECD 자문관이라는 지위를 갖고 있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MAI가 향후 어떤 모습을 띨지, 또 한국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등을 그레이엄교수와 본지 양봉진 정치/경제 총괄부장과의 대담을 통해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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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간투자협정(MAI)이 추진한 이유는 무엇인가.

"세계적으로 국가간 무역이나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외국인직접투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해 투자를 보호.촉진할 수 있는 다자간규범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MAI가 논의된 발단이다.

따라서 무역.투자자유화에서 MAI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OECD내에서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진 것은 지난 95년 이사회때 부터이다.

당초 지난 5월에 협정문을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협상시한을 1년 연장했다"

-지난 5월까지 타결을 보기로 돼 있었는데 실현되지 못하고 1년간 연장된
이유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먼저 협정의 예외조항을 놓고 국가간 이해가 상충됐다는 문제이다.

실례를 들면 영화 음반등 문화산업을 예외로 하느냐는 문제가 대표적인
것이다.

외국인투자가를 내국인과 똑같이 대우해 주는 문제도 큰 걸림돌이었다.

분쟁이 생겼을 경우 누가 어떤 절차를 어떻게 밟을 것인가 하는 문제도
협상실패 요인의 하나라고 할수 있다.

이밖에 쿠바와 거래하는 나라에 대해선 대미수출을 봉쇄하고 있는
''헬름즈 버튼법'' 등 협상당사국의 제도적인 문제들도 장애 요인이었다"

-헬름즈 버튼법의 경우 불공정법이라는 유럽측의 비난도 있었고 무역.투자
자유화라는 MAI 취지에도 배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올바른 지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리석은 법으로 본다.

그러나 미국내 정치 권력구조상 이를 파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내에는 WTO(세계무역기구)체제조차도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WTO나 MAI에 부합하는 새로운 법을 만들어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지 모른다"

-분쟁 해결절차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면.

"분쟁 해결절차에 회부하는 권한을 국가만 가질 수 있는지, 아니면
투자가들에게도 줄 것인지의 문제이다.

대부분의 OECD 회원국들은 국가뿐 아니라 투자가에게도 해당국가를 제소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자는 방안을 선호하는 반면 한국은 여기에 반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논의되고 있는 MAI의 주요 골자를 설명해 달라.

"네가지 내용이 핵심을 이룰 것이다.

외국인 직접투자의 범위를 어디까지 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투자신탁회사들이 위험분산용으로 하는 포트폴리오투자까지 포함시키느냐가
그 한 예가 될수 있다.

투자자보호나 협정체결국의 의무조항(obligation)과 예외조항(exemption)도
중요한 내용이다.

의무조항에서의 예외인정은 협상의 가장 본질적인 이슈라고 볼수 있는데
앞으로 여러단계의 협상을 통해 정리돼야 할 것르보 본다"

-한국의 입장에서 MAI를 체결하면 어떤 이득이 생긴다고 생각하는가.

"먼저 한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가 증가할 것이다.

외국인투자는 경쟁을 촉발할 것이고 그만큼 한국의 경쟁력도 커지리라고
본다.

해외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됨에 따라 국제수지 적자 해결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산업의 경우 간접투자, 즉 M&A(기업인수합병)를
통해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그런데 MAI는 바로 M&A가 가능케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리라고 본다"

-한국에서는 기업인수합병(M&A)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은데.

"적대적 M&A에 대한 거부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한국내 투자를 보면 80% 이상이 M&A성격을 갖는 간접
투자이다.

이중 적대적인 M&A는 20개중 하나꼴로 매우 드물다.

따라서 MAI는 우호적 M&A가 증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MAI의 관심분야중 M&A가 매우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점 때문이다.

한국도 외국인투자를 많이 유치하려면 우호적 M&A가 가능한 여건, 바꿔
말해 외국인들의 지분보유 한도등에 대한 규제 완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MAI가 가장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는 분야가 있다면.

"금융부문이 될 것이다.

한국은 정부의 규제가 너무 강했기 때문에 금융부문의 자율화 전문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로인해 한보 부정대출사건이 발행했다고 생각한다.

금융분야에 투자가 이뤄질 경우 경쟁이 유발될 것이고 그러면 금융개혁을
자연스럽게 지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MAI에 대한 인식전환이나 전략수립이 필요한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한국이 제시한 MAI 협상안은 어느정도 수준인가.

"내국인대우에 대한 유보조항 리스트를 놓고 볼 때 매우 미흡한 편이다.

회원국들이 내놓은 유보조항은 평균 11개에서 12개 사이인데 비해 한국은
무려 40개나 되는 목록을 제출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유보조항이 두번째로 많은 곳은 멕시코이다.

그런데 조항 숫자는 26개 밖에 안된다.

한국이 MAI에 참여하기 위해선 유보조항 리스트를 줄여야 한다"

-유보조항 숫자의 적정선은 어느 정도로 보는지.

"최소한 멕시코 수준까지는 줄여야 한다.

따라서 한국은 어떤 조항을 포기할 것인지 전략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수동적.수세적 입장을 취하기 보다는 국익에 이익이 되는 것들부터 순서를
정해 과감하게 정리하는 공세적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한국에 와서 경제관료들을 적잖게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이 MAI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고 준비 상황은 어떤지를 평가
한다면.

"정책 결정권자와 실무진이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윗선에서는 올바른 인식이 뒷받침 되지 않아 전략이 부족한 듯이 보였다.

실무진들의 경우 제대로 알고는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선택권을 갖고 있지 못한 듯 했다.

협상전략이 지속성 체계성을 갖추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이 뒷따르지 않는다면 곧 본격화되는 협상에서 낭패를
볼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MAI의 기본 이념을 시장의 경쟁성 확보(market contestibility)라고 봤을
때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부문별로 편차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력산업의 경우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식당업은 거의 자유롭다.

전반적인 수준을 얘기하자면 국제수준에 크게 못미친다.

한국이 OECD에 진출한 만큼 경쟁여건을 국제수준까지 끌어 올려야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OECD 가입과 관련, 내부적으로는 시기상조론등의 비판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MAI 체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나올 수 있다고 보는데.

"한국 정부가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이유도 그런 가능성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언급했듯이 무역.투자가 자유화된 개방사회도 많은 장점을
가진다.

게다가 MAI는 개혁 반대세력들에 대한 "외압"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실제 일본은 개혁을 추진하다가 반대에 부딪히면 워싱턴 당국에 압력
행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외부 압력이 워낙 거센만큼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 내부 반대를
해결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한국도 금융개혁을 하면서 생겨나는 반대에 대해 이런 메카니즘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즉 MAI의 외부압력이 워낙 센만큼 현상유지보다는 개혁이 더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논리를 전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의 경쟁여건뿐 아니라 뇌물방지책도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데.

"뇌물은 정부가 개입하지 않을 경우 좀체로 생겨나지 않는 현상이다.

만약 한국 정부의 개입이 없었다면 한보 부정대출 사건이 발생할 소지는
훨씬 줄어 들었을 것이다.

노무라와 살로만브라더스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개인간의 뇌물수수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뇌물을 불러오는 가장 큰 배경은 바로 정부다.

따라서 뇌물방지책은 뇌물이 생길 수 있는 여지자체를 차단하는 좋은
구실이 될 수 있다"

-한국이 너무 졸속으로 OECD에 가입하려는 노력을 보인데 대해 OECD 내부
에서는 미운오리새끼로 보는 시각이 있는듯 한데.

"시각도 시각 나름이다.

멤버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과정일 뿐이다.

멤버가입 이후 자기 목소리를 얼마나 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세계 경제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참여, 자신에게 불리하지 않은 입장이
반영되도록 하는게 멤버로서의 권한이다.

한보사건으로 한국에 대한 시각이 다소 안좋은 면도 있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일본에 노무라 뇌물사건이 있었고 미국에는 클린턴 대통령이 정치헌금
및 섹스스캔들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

치부는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멕시코도 95년에 금융대란을 겪은 적이 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전개될 MAI 협상과 관련, 한국 정부에 조언할 부분이 있다면
얘기해 달라.

"그렇게 많은 유보조항을 갖고서는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없다.

다른 나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려면 일정분 포기할 필요가 있다.

어느 조항이 유리한지 다시 따져보고 덩치를 줄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 MAI를 통해 외국업체들에게 M&A(기업 인수합병)의 문을 열어 놓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한국 시장의 경쟁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한국의 경쟁력을 높여 주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 정리 = 박기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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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66년 MIT대 졸업
<>68년 하버드대 MBA
<>74년 하버드대 경영학 박사
<>78~80년 미국 재무부 이코노미스트
IMF/IBRD/OECD 경제자문역
<>88~90년 듀크대 교수
<>현재 국제경제연구소, 시니어 펠로
서울대 국제지역원 초빙교수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