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반도체 청주공장.

정원수와 초록색 잔디밭이 하얀 건물과 어울려 멋진 경관을 연출하는
이 공장은 겉으로 보기엔 너무도 한가로운 모습이다.

하지만 한발짝 안으로 들어가면 벽에 붙은 각종 표어로 웬지 긴장감이
느껴진다.

"필달 COM123" "월드베스트 16메가D램 경쟁력확보"

암호와 같은 어려운 구호들이 사무실 곳곳에 걸려있다.

이곳은 LG반도체의 핵심제품이자 한국의 주력수출품인 메모리반도체가
생산되는 현장이다.

지난해 16메가D램의 가격이 40달러대에서 8달러선까지 폭락,
국내반도체업체들이 순익격감의 몸살을 앓았다.

LG반도체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영외적요인인 국제시세급락으로 나타난 현상이어서 개별업체로서
뾰족한 대책이 있을 것인가.

이같은 우문을 비웃기라고 하듯 공장안은 어려운 경영여건을 타개하려는
각종 노력으로 소리없는 전쟁터를 방불케한다.

경영활동의 초점은 칼로 무자르듯 제조원가를 절반으로 싹둑 자르는 것.

"필달 COM123"운동은 이의 핵심이다.

COM은 제조원가(cost of manufacturing), 1은 코스트를 최소화해 세계
넘버원이 되자, 2는 제조원가를 2분의1이하로, 3은 생산량을 30%이상
높이자는 것을 뜻한다.

투입원가를 줄이고 생산량은 늘려 결국 제조원가를 절반으로 낮추자는
것이다.

따라서 점차 회복되는 반도체 시세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다해도
경쟁력을 갖출수 있도록 충분히 원가를 낮춰놓자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해말 16메가의 제조원가가 5달러였다면 올연말까지 이를
2.5달러로 낮추자는 것이다.

이 운동은 분임조나 품질관리운동과는 사뭇 다르다.

전사적이라는데 가장 큰 특징이 있다.

이 운동을 주도하는 것은 "신화창조팀".

각 부서에서 뽑힌 이들은 작년말 결성돼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태스크포스로 과장을 팀장으로 사원급까지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직급에 비해 이들의 파워는 막강하다.

원가절감에 관한한 거의 전권을 갖고 있다.

매일같이 머리를 맞대고 원가절감방안을 찾고 개선안을 마련해 현업에
반영시킨다.

"팀원과 현업부서의 협조로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빨리 6월말이면
원가절감목표를 달성할수 있을 겁니다.

7월부터는 차세대제품인 64메가D램의 원가를 대폭 낮추는 작업에
돌입할 생각입니다"(우종식과장.신화창조팀 부팀장)

이같은 원가절감노력은 재료 장비 유틸리티등 모든 분야에서 병행되고
있다.

예컨대 장비가 하나라도 고장나면 그 영향은 연쇄적으로 파급된다.

제품불량으로 이어질수도 있다.

이를 막기위해 각각의 장비에는 담당자들이 지정돼있고 장비에 문제가
생기면 중앙통제실을 통해 자동으로 호출한다.

잠자다가도 삐삐호출을 받고 뛰어나오기 일쑤이다.

반도체장비는 공정특성상 24시간 3백65일 가동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정전사고가 생겼을땐 중앙통제장치의 자동호출기가 작동, 모든
직원들이 한시간안에 회사로 달려와 장비를 손봤을 정도로 기동력이 있다.

단기적으로 원가절감이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과제라면 중장기적으로는
사업구조개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트윈앤 스타"전략이 대표적인 예.

이는 생산현장보다는 주로 연구소가 담당하고 있다.

메모리 중심에서 탈피, 과감하게 비메모리제품을 육성해 위험을
분산하자는 것이다.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의미도 함축돼 있다.

트윈은 초고속D램과 주문형반도체, 스타는 멀티미디어제품과 멀티미디어
만능칩 자바프로세서 디지털시그널프로세서를 뜻하다.

효자상품을 키워 21세기에 대비하자는 뜻이며 이중 초고속D램을 제외한
나머지제품은 모두 비메모리일정도로 비메모리를 우대하고 있다.

"최근 국내 중소벤처기업 7개사와 주문형반도체 설계등에 관해 제휴를
맺은 것도 이같은 비메모리 강화전략의 일환이지요"(구본준전무)

구전무는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중소기업과 손잡고 성장잠재력이
큰 비메모리분야를 개척할 경우 어떤 불황의 파도가 닥쳐와도 겁날게
없다고 말한다.

< 청주 = 김낙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