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이 당비 모금을 위해 구성한 재정위원회에 10대 그룹을 포함한
대그룹 총수와 임원들이 대거 재정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이같은 사실이 밝혀진 11일 "신한국당이
재벌정당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하고 재정위의 즉각 해체를 요구했다.

국민회의 정동영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신한국당 재정위원회에 10대 재벌이
모조리 참여하고 30대 재벌중 20개가 들어 있는 것은 신한국당이 재벌정당임
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자민련 심양섭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겉으로는 정치개혁을 부르짖으면서
속으로는 재벌기부금이라는 꿀단지를 끌어안고 있는 신한국당의 위선과
부도덕성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장광근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여전히 정경유착의 매개고리를 바탕
으로 정치권과 결탁한 기업의 실상이 그대로 드러났다"면서 "정치권은 물론
기업인도 환골탈태해 정치개혁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한국당은 "재정위는 당의 건전한 재정대책을 세우기 위한
합법적이고 공식적인 정치자금 모금 창구"라면서 "후원금액도 기업이 자율적
으로 설정하는 것이지 목표액을 당에서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회창 대표도 이날 "재정위원회를 한보사태와 연계시켜 은밀한 자금모금의
창구로 보면 안된다"면서 "투명성을 보장하면 재정위원회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신한국당 재정위원에는 김중원 한일그룹회장 박건배 해태그룹회장
임창욱 미원그룹회장 현재현 동양그룹회장 조욱래 효성기계회장 등 오너급
인사 6명과 박원배 한화비서실회장 등 주요그룹 고위임원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 허귀식.손상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