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농산물의 홍수 속에서 오늘날 우리 농업이 UR(우루과이라운드)협정에
따른 개방화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고 있는 모습은 보기에도
안쓰럽다.

그런 가운데서도 지난 한해동안 귀농가구수가 전년에 비해 두배이상
늘어난 2천60가구에 달했다는 통계는 점차 호전되고 있는 농촌의 분위기를
전해주는 것같아 반갑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농촌문제는 주무부처 단독으로는 풀수 없을만큼
얽히고 서 힌채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만 하더라도 범정부적 협조 없이는 풀릴수 없는
과제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11일 대통령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제5차 농정개혁
추진회의는 현 정부의 농정개혁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21세기 농업발전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만하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21세기 농정의 방향은 쌀의 자급기반 확보 등
지금까지 추진돼온 시책과 기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거의 없지만 식량주권
확보와 통일농정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농촌 투-융자를 대폭 확대하기
위해 "농업-농촌기본법"을 제정하겠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농촌에 대한 투-융자는 42조원이 투입되는 구조개선계획이 오는 98년에
끝나게 돼있어 후속투자계획 수립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하지만 제2단계 투자계획은 생산기반정비에 중점을 두었던 1단계투자와는
달리 농업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투자의 효율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기본법 제정을 통해 무조건 투자액을 늘리고 보자는 식의 발상이라면
곤란하다.

또 투-융자 지원방식도 대폭 개선, 개별경영체에 대한 직접적인
보조지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융자로 전환해 나가는 동시에 유사사업을
통합해 전문경영체를 중심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의 농정계획은 또 수출농업단지를 중점 육성해 2004년에는 농산물
수출 5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농산물 수출은 농업경쟁력의 지표이며 개방화시대에 우리농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연간 5백86억달러(96년)어치의 농산물을 수입하는 세계최대 농산물
수입국인 일본을 바로 옆에 두고 있으면서도 우리의 대일 농산물수출은
고작 7억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현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우리의 농산물수출이 안고 있는 품질 가격 지속성 등의 구조적 취약점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정부의 공세적 수출농업육성정책은 실효를 거둘수 없다.

21세기 선진농업 실현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첨단기술개발과 새로운
영농기법의 도입이 절실히 필요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은 사양산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많은 대기업들이
농업기술개발에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인센티브제를 강화해서라도 민간기업의 참여를 촉진시켜야 하며
개발된 농업기술을 체계적으로 보급시키기 위한 계획도 별도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