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위조지폐로 가장 큰 고민을 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의 달러화는 다른 화폐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높고 안정된 가치를
유지하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국의 파운드화와 더불어 기축통화로 통한다.

그러나 미국 달러화는 문양 등이 단순하고 위조방지장치도 미흡한 편이어서
국제적인 위조행위의 표적이 되고 있다.

특히 국제범죄집단은 물론 일부 국가들도 달러화 위조에 개입하고 있는데다
대규모의 시설과 기술 등을 이용, 정교하게 위조하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면
진짜와 구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이다.

지난해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94년말 현재
화폐발행 잔액 3천8백억원 달러중 약 60%이상(2천3백억달러)이 미국밖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94년 한해동안 전세계에서 발견되거나 보고된 위조달러화의 금액은 무려
2억9백만달러로 같은해 화폐발행 잔액의 0.07%에 달했다.

이중에서 사진제판이나 옵셋인쇄기등에 의해 매우 정교하게 제조된 위조
달러화가 슈퍼노트(Supernote)또는 슈퍼달러(Superdollar)이다.

슈퍼노트는 지난 90년 최초로 발견된 당시에는 소량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위조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다.

게다가 일반인의 육안으로는 진짜와 가짜를 식별할수 없어 위폐범을 추적
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미국정부는 슈퍼노트가 화폐위조만을 전문으로 하는 국제위폐단이나 마약
밀매 불법무기거래 국제테러 등과 연계된 국제범죄조직 등에 의해 유포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소유의 인쇄및 용지기술이 없이는 제작될수 없다면서 중동
지역의 한 국가와 북한이 정부차원에서 슈퍼노트를 제조.유포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확인된 증거는 없는 상태다.

이처럼 달러화 위조행위가 기승을 부리자 FRB와 재무성에서는 지난해 3월
색변환잉크(Color-Shifting Ink)를 도입하고 초상화를 확대한 1백달러 지폐를
발행, "위폐범과의 기술경쟁"(?)에 나서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일반인도 위조지폐 여부를 쉽게 판별할수 있도록 고안된
특수펜(위조지폐위에 임의의 표시를 하면 짙은 갈색이 나타남)이 10달러
이하의 가격으로 널리 판매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성능이 검증되지 못하고
있다.

여운선 < 한국은행 발권부장>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