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로 변해버린 애완동물게임기 "다마고치".

초.중.고생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다마고치에 대해
교육부가 등교시 휴대금지조치를 취하자 학부모들이 낮시간동안 이를 대신
돌보느라고 애를 먹고 있다.

분당신도시에 사는 주부 우모(39)씨는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들의 성화에
못이겨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올때까지 게임기를 대신 돌보고 있다"며 게임기
속의 애완동물이 신호음을 울릴 때마다 밥을 준다든가 배설물을 치워줘야
하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라고 푸념.

특히 우씨는 요가학원에 가면 자신을 포함한 30여명의 수강생 대부분이
아이들이 학교가기 전에 맡긴 다마고치 게임기를 들고 나온다고 설명.

학원 한쪽 구석에 다마고치를 나란히 모아놓고 요가를 시작하는 풍경도
우스광스럽지만 시도 때도 없이 신호음을 울리는 게임기때문에 운동에
집중할 수가 없는 것도 큰 곤란이라고.

서울S대 강사인 김모(40)씨도 비슷한 경우.

"아침에 집을 나오면서 딸아이의 다마고치를 건네받는다"는 김씨는
"아이와 자주 놀아주지 못하는 미안함 때문에 낮시간동안 게임기를 대신
맡아주긴 하지만 강의시간 중간에 갑작스레 신호음이 울릴 때면 여간 난처
하지 않다"고.

이밖에도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30만개 넘게 팔린 것으로 추산되는 "다마
고치"류의 애완동물 게임기로 인해 웃지 못할 사건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

어린 학생들은 물론 대학생들이나 젊은 여성직장인들도 "다마고치" 게임에
푹빠진 경우가 많아 곧잘 학교나 직장의 면학 및 근무분위기를 해치고 있다는
것.

이에따라 관계자들은 최근 "다마고치"때문에 5명 이상의 직장인이 해고된
것으로 알려진 싱가포르의 경우처럼, 우리나라도 현재의 다마고치열풍이
신종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