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의 발병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P53"유전자가 세포의 노화촉진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견됐다.

생명공학연구소 단백질공학연구부 신득룡 박사팀은 P53 유전자를 사람의
암세포에 발현시킨 결과 세포의 노화가 일어나 암세포의 증식이 중단되는
현상을 발견한데 이어 최근에는 이 유전자가 사람 정상세포의 노화도 촉진한
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3일 밝혔다.

신박사팀은 지난 3월 이 연구결과에 대해 국내특허출원했으며 미국 하버드
의대 마운트시나이의대 연구팀과 공동명의로 미국학술원에서 발간하는 PNAS
저널에 게재할 예정이다.

신박사는 "P53 유전자가 세포노화를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는 아직 미지의
분야로 남아있는 노화의 분자생물학적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제공한 것이며
새로운 암치료법의 개발 가능성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신박사는 또 "지금까지 세포의 노화현상은 유전체내에 각인되어 있는
프로그램에 의해 일어난다는 가설이 있었으나 이를 입증할만한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되지 못했다"며 "이번 연구결과가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단서
로서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박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세포노화의 속도를 조절하는 유전체내
프로그램의 실체를 규명하는 등 노화억제물질의 개발과 암, 치매 등 노인성
질환치료제의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P53 유전자는 인체내에서 세포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경찰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났을 경우 세포간 정보전달체계가 파괴되어
암이 발생하게 되는데 매년 보고되는 6백만건의 암발병사례중 50%~60% 정도가
이 유전자의 변이에 의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 김재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