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불황의 어둠이 짙게 깔려 있지만 경제지표는 희미하게 나마 실물
경제가 호전될 기미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발표된 4월의 산업활동동향,5월의 소비자물가 및 수출입동향
등을 보면 산업생산 및 소비가 호조를 보이고있고 물가와 금리는
안정세를 나타낸데 비해 무역수지적자는 6억8천6백만달러로 지난해
6월이후 11개월만에 가장 적었다.

이같은 경제지표의 호전과는 달리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가 여전히
차가운것은 시차(시차)탓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경기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은 구조조정의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에상된다.

경기회복세가 미약하다는 점은 경제지표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금방 알수 있다.

우선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0.7% 증가한 산업생산은 조업일수가 1일이
더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 3월의 9.1% 증가와 비슷한 수준이며 내수용
소비재출하가 4.4% 늘어난 것도 휴대용전화기 등 일부 품목의기여도가
지나치게 높은 편이다.

또한 비록 재고증가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생산증가율
보다 높은 13.2%를 기록하고 있고 기계류수입이 18.8% 감소하는 등
설비투자가 여전히 부진한 실정이다.

무역수지적자 감소도 반도체수출이 증가세로 바뀌고 원유수입 증가율이
둔화된 덕분이며 아직까지는 국제수지 안정기조를 장담하기에는 이르다.

특히 엔화의 강세기조가 계속 유지돼 올연말까지 달러당 110앤선으로
떨어질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엔화강세가 계속된다 해도 원화환율 상승과 함께 수출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단기적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되는데 비해 수출물량은
점진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수출증대효과는 올3분기 이후에나 가시화될
것이다.

이처럼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아직 유동적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개방경제가 본격화되기 전에 실물부문과 금융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하고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제도개혁 및 정책전환을 서두르는 것이다.

최근 기업도산이 잇따르는 건설 및 유통업계의 진통이 조만간 모든 산업을
덮칠 수 있다.

줄잇는 기업부도로 금융업계가 이미 몸살을 앓고 있으며 수입선다변화
제도가 폐지된뒤 일본 자동차가본격적으로 국내시장을 파고들면 국내
자동차업계도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해외에서는 몇년안에 1-2개의 자동차회사가 문을 닫을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자동차 뿐만아니라 석유화학, 조선, 철강 등 거의 모든 주요산업이 비슷한
형편이다.

과잉설비로 인한 낮은 가동율과 높은 원가부담에도 불구하고 국내시장을
독과점함으로써 버텨나가던 시절은 더이상 기대할 수 없게됐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당면과제는 경기회복을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정부개입 없이 시장자율에 따라 효율적으로 구조조정을 달성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