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에 노사협력 분위기가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은
답답하기만한 우리의 정치 경제현실에 한가닥 밝은 빛을 던져주는 반가운
뉴스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노조측이 어려운 경제현실을 감안,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하고
쟁의보다는 대화를 통해 노사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니 이는 노동관계법 개정 등의 요인으로 노사관계가 악화될 것이라는
당초 우려와는 달리 생산적인 노사관계를 점치게 하는 고무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5월말 현재 노사가 임금동결에 합의한 업체는
3백23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백26개사의 2.6배에 달하고 있다.

또 임금인상문제를 회사에 위임한는 등 무교섭타결을 선언한 업체도
1백73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개사의 6.2배를 기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임금교섭 타결업체의 협약인상률이 지난해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는 점도 예년과는 크게 다른 현상이라고 할수 있다.

임금교섭지도대상 5천7백54개사 가운데 5월말 현재 임금협상을 타결한
1천5백75개 업체의 통상임금인상률은 전년동기의 6.9%보다 크게 낮은 3.8%에
그쳤다.

이같은 화합분위기에 힘입어 노사분규도 지난해에 비해 20%나 줄어들고
분규에 따른 생산차질도 크게 감소했다.

이처럼 노사화합분위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노사가 불황극복을 위해
경제와 회사 살리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데다 사회전반적으로
고용불안이 커지면서 노사동반자의식이 깊어진 때문으로 보여진다.

노동법개정을 둘러싼 마찰로 노동환경이 상당히 어수선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단위사업장 노사가 이렇다할 동요없이 생산활동에
전념하고 있음을 우리는 참으로 마음든든하게 생각한다.

동시에 단위사업장노조를 자신들의 세불리기에 이용하려는 일부
상급단체노조지도자들도 우리 현장 근로자들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읽어주었으면 한다.

노사협력의 새바람이 불고있다고는 하나 노사관계의 질적 구조적
측면에서는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올해는 대통령선거라는 정치적 요인까지 겹쳐 근로자들의 욕구가
사업장 밖으로 분출될 위험이 크다.

이러한 상황으로 보아 올해의 임단협상은 결국 단위사업장 노사가
상급단체의 눈치를 보지않고 국민경제 물가 기업의 지불능력 생산성
고용안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개별기업의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타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산업현장에서 일고있는 화합의 새 바람이 고용과 소득의 안정이라는
현실감각을 바탕으로 각 기업의 여건에 맞게 임금을 결정하는 합리적인
추세로 연결되길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