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에 따른 고용불안이 가속화되면서 사설 직업소개소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으나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1일 서울시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허가된 시내 직업소개소는 현재 6백40개
로 지난해말 5백90개에서 크게 증가했다.

여기에다 무허가로 운영중인직업소개소까지 포함하면 서울에만 1천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자치단체등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46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민간
유료소개소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들 직업소개소들은 충분한 인력 정보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대
부분 일일 고용직 안내에만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구인자와 구직자를 연결,인력시장을 활성화시킨다는 당초 설립취
지를 살리지 못하고있다.

이는 경기불황으로 취업문이 좁아진 탓도 있지만 이들 직업소개소가 정확한
취업정보를 갖추지 못하고 영세한 규모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최근들어 일부업소가 미성년자를 유흥업소에 알선하는 등 사회적 물
의를 일으키고있어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 대부분 기업들도 직업소개소를 외면하고 인맥이나 자체 고용광고 등을
통해 인력을 충원하고 있기 때문에 직업소개소는 사실상 노동인력 시장에서
"찬 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남부인력개발(구로구 가리봉동)한광호과장은 "우리에게 취업정보를 주는 기
업이 전혀 없어 건설 일용직 인력만 소개할 수 밖에 없다"고 업계 사정을 토
로했다.

윤희선 직업소개소 (종로구 창신동) 관계자도 "고용불안탓인지 지난해에
비해 2배이상 구직자들이 몰려오지만 자료부족으로 원하는 직종에 맞춰
알선해주는 경우는 10명에 1명꼴로 안된다"고 털어놓았다.

이와관련, 조성두 서울시 지역경제국장은 "민간이 세운 직업소개소와
공공기관이 적극 협조해 현재 공공기관이 담당하는 역할까지 맡을 수
있도록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준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