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지속돼온 달러화강세-엔화약세 추세가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미 달러화가 폭락세를 거듭, 9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1백20엔대가 무너지다가 전날보다 3.57엔 떨어진
1백20.18엔으로 마감됐고 12일 도쿄외환시장의 엔화시세는 달러당
1백17.50엔까지 떨어졌다가 1백19.24엔으로 마감됐다.

이달초 1백27.38엔까지 급등했던 달러가치는 11일만에 8엔이상 떨어진
것이다.

이러한 달러화약세-엔화강세가 일시적 현상인지,아니면 추세인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엔화가 강세로 반전된다면 우리의 수출과 이를 통한 경제전반의
흐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엔화강세에 영향을 준 요인은 여러가지다.

우선 일본 정부가 과도한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하여 엔화상승을
간접적으로 유도한 발언을 했다는 점이다.

대장성 국제금융국장은 "내년에 달러당 1백3엔까지 오를수 있다"고
발언했는가 하면 9일에는 대장성 장관이 직접 "아직 환율수준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해 엔화강세를 이끌었다.

그동안 예상됐던 미 금리의 추가상승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도 달러화약세의
배경이 된것 같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그린스펀 의장은 미국경제엔 인플레
징후가 없다고 말함으로써 금리인상 가능성이 없다는걸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또한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빠르면 오는7월 일본중앙은행이 재할인율을
인상할 수도 있다"는 보도도 엔화강세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

일본의 재할인율은 95년 이래 현재까지 사상 최저수준인 0.5%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어느나라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달러화약세-엔화강세조짐이 지속될 것인지는 현재 속단할수는 없다.

미국경기는 서서히 하강하고 일본경기는 상승국면이므로 엔화강세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엔화강세는 일본정부의 간접적 발언에
의한 일시적 효과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우리는 엔저로 인한 가격경쟁력약화로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제조업의 수출환경은 악화돼왔다.

특히 우리의 주력수출업종인 조선 철강 자동차 반도체업종을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등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원화가 달러에 대해 절하돼도 수출이 늘어나지 않는것은 한국상품의
국제경쟁력은 원.달러환율자체보다는 엔.달러환율동향에 따른 엔에 대한
상대적 변화에 주로 기인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수출과 경제에 영향을 주는 외생변수는 국제금리, 원유가와
함께 엔화시세다.

엔화가 강세를 유지하면 그만큼 한국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수 있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이 앞서야 한다.

그러한 노력 없이 엔화강세라는 외생변수에만 기대해서 수출증대와
경기회복을 기다릴수는 없는 일이다.

엔화강세는 유리한 여건을 활용하고 불리한 여건을 극복할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