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금융감독논의 선행과제..안승철 <금융통화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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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감독체계의 재편 논의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
한보사태 등 금융기관들의 거액 부실대출사건 이후 금융기관 대출심사
체제의 취약성, 금융기관간(제2금융권 포함)의 정보공유 미흡, 부실발생
후의 사후처리능력 문제 등이 드러남으로써 이러한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하여 금융감독체계의 강화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금융자유화에 따른 금융기관간 업무영역 겸업화 추세에 비추어
은행 증권 보험 단자 등을 총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이른바 감독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하여 금융감독체계에서도 집중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부
연구기관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금융감독의 강도를 높이고 감독체계를 집중한다고 하여 한보사태와
같은 거액의 부실대출이 과연 방지될수 있을까.
그에 대한 평결을 내리기 전의 선행사항으로 금융기관 부실대출의
원인제공자인 대출 금융기관과 차입기업들에 대한 상황분석이 앞서야 한다.
먼저 우리나라 은행들의 대출관행을 보면 대체로 건별대출주의이다.
즉 대출은행은 당해 대출건에 대해서만 담보유무를 중심으로 대출결정을
하고 있으며 차입기업의 사업분석이나 경영상황에 대해서는 별로 비중을
두지 않는다.
이는 담보위주 대출의 당연한 현상이다.
차입기업의 사업성 분석이나 경영상황의 실태에 대해서 무감각해지다 보니
막대한 은행돈을 빌려쓰고 있는 기업에 대한 대출은행으로서의 견제-감시
기능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리고 동일기업에 대하여 여러 은행들이 복수대출을 하면서도
대출은행들간의 정보공유가 없어 기업도산이 임박했을 때에야 비로소
모자라는 담보챙기기에 급급하게 된다.
더욱이 단기운전자금을 신용으로 공급하는 제2금융권들의 경우 차입기업에
대한 자체적인 상환능력분석보다는 은행들을 그냥 뒤따라가는 대출을
하다보니 미확인 루머에 의해서도 담보로 받아놓은 견질어음을 만기전에
돌려버려 기업도산을 더욱 촉발하게 된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의 이러한 건별주의 대출관행을 지양하고 차입기업에
대한 밀착관찰을 가능케 하기 위하여는 일본이나 독일에서 행해지고 있는
"메인뱅크"제도의 도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메인뱅크들은 우리나라의 재벌그룹 감시용인 주거래은행제도와는
달리 일반 대기업 중견기업들까지를 대상으로 하여 대출비중이 가장 큰
은행이 차입기업에 대한 메인 모니터 역할을 담당하고 때로는 당해기업의
주식지분까지 보유하면서 은행직원을 파견근무시켜 차입기업에 대한 밀착
감시를 시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출자금의 변태사용을 사전에 막을수 있고 또한 차입기업이
자금난에 봉착하는 경우에도 메인뱅크는 장기간의 밀착관찰에 의하여 그것이
일시적 현상인지 구조적인 것인지를 판별할 수가 있어 전자의 경우라면
스스로 구제금융을 일으켜 차입기업의 경영안정과 대출자산보호를 할수 있다.
그리고 메인뱅크는 타 대출은행들과의 자발적인 정보공유를 통하여
당해기업에 대한 협조융자를 유도함으로써 대출위험을 분산시킬 수가 있다.
은행들의 이러한 밀착감시제도하에는 기업들의 과다차입에 대한 제동이
사전에 걸리게 됨으로써 최근 일부 도산기업들의 경우처럼 자기자본의 10배,
20배에 이르는 차입남용과 어음남발이 일어날 수가 없게 된다.
이와같이 대출부실의 사전방지는 수많은 은행-기업들간의 거래에 대한
금융감독의 강도를 높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은행대출은 대출은행
자기책임하에 관리토록 하는 책임경영체제가 확립돼야 실현될수 있다.
이러한 책임경영체제는 은행의 소유구조를 확실히 함으로써 은행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평가가 제도적으로 구축되어질 때 가능할 것이다.
한편 부실대출 원인제공자의 다른 한쪽인 차입기업들에 대하여는
대출은행의 밀착감시뿐 아니라 사회전체의 감리기능이 강화되어야 하는데
이는 바로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문제와 연결된다.
기업의 형태가 주식회사제도이기 때문에 평면적으로 보면 기업지배자는
일응 주주들이고 그중에서도 지분비율이 높은 대주주(오너)들이다.
그런데 구미 제국들의 기업지배이론은 기업의 이해당사자(stakeholders)의
범주를 훨씬 확대하여 소액주주들은 물론이고 거기에 생활터전을 갖고 있는
종업원들, 당해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있는 금융기관, 납품거래 등을 하고
있는 거래기업체들, 그리고 조세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대주주의 전횡이나 경영자들의 경영권 남용에 의해 이러한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로서 철저한 기업공시와
투명경영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공정거래규칙, 소송제도, 세무관리 등이
강화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비추어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을 사유물시하여 비자금 등의
형태로 기업자산을 예사로 누출시키거나 전문경영인을 오너의 머슴정도로
생각하는 일부 기업인들의 잘못된 행태가 바로 잡아지면 대출부실화의 다른
반쪽요인이 원천적으로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볼때 최근 거액부실대출의 방지차원에서 일부 제기되고 있는
금융감독체계 재편논의는 그 선행과제인 은행의 책임경영 소유구조문제와
기업들의 투명경영 실현을 위한 장치구축과 강화가 이루어진 다음의
문제이며, 그 선행과제를 남겨둔 채 금융감독의 강도만을 높인다든가
감독권을 집중-재배치 시키자는 논의는 실익도 없이 새로운 규제강화와
평지풍파만 초래하게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2일자).
한보사태 등 금융기관들의 거액 부실대출사건 이후 금융기관 대출심사
체제의 취약성, 금융기관간(제2금융권 포함)의 정보공유 미흡, 부실발생
후의 사후처리능력 문제 등이 드러남으로써 이러한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하여 금융감독체계의 강화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금융자유화에 따른 금융기관간 업무영역 겸업화 추세에 비추어
은행 증권 보험 단자 등을 총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이른바 감독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하여 금융감독체계에서도 집중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부
연구기관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금융감독의 강도를 높이고 감독체계를 집중한다고 하여 한보사태와
같은 거액의 부실대출이 과연 방지될수 있을까.
그에 대한 평결을 내리기 전의 선행사항으로 금융기관 부실대출의
원인제공자인 대출 금융기관과 차입기업들에 대한 상황분석이 앞서야 한다.
먼저 우리나라 은행들의 대출관행을 보면 대체로 건별대출주의이다.
즉 대출은행은 당해 대출건에 대해서만 담보유무를 중심으로 대출결정을
하고 있으며 차입기업의 사업분석이나 경영상황에 대해서는 별로 비중을
두지 않는다.
이는 담보위주 대출의 당연한 현상이다.
차입기업의 사업성 분석이나 경영상황의 실태에 대해서 무감각해지다 보니
막대한 은행돈을 빌려쓰고 있는 기업에 대한 대출은행으로서의 견제-감시
기능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리고 동일기업에 대하여 여러 은행들이 복수대출을 하면서도
대출은행들간의 정보공유가 없어 기업도산이 임박했을 때에야 비로소
모자라는 담보챙기기에 급급하게 된다.
더욱이 단기운전자금을 신용으로 공급하는 제2금융권들의 경우 차입기업에
대한 자체적인 상환능력분석보다는 은행들을 그냥 뒤따라가는 대출을
하다보니 미확인 루머에 의해서도 담보로 받아놓은 견질어음을 만기전에
돌려버려 기업도산을 더욱 촉발하게 된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의 이러한 건별주의 대출관행을 지양하고 차입기업에
대한 밀착관찰을 가능케 하기 위하여는 일본이나 독일에서 행해지고 있는
"메인뱅크"제도의 도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메인뱅크들은 우리나라의 재벌그룹 감시용인 주거래은행제도와는
달리 일반 대기업 중견기업들까지를 대상으로 하여 대출비중이 가장 큰
은행이 차입기업에 대한 메인 모니터 역할을 담당하고 때로는 당해기업의
주식지분까지 보유하면서 은행직원을 파견근무시켜 차입기업에 대한 밀착
감시를 시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출자금의 변태사용을 사전에 막을수 있고 또한 차입기업이
자금난에 봉착하는 경우에도 메인뱅크는 장기간의 밀착관찰에 의하여 그것이
일시적 현상인지 구조적인 것인지를 판별할 수가 있어 전자의 경우라면
스스로 구제금융을 일으켜 차입기업의 경영안정과 대출자산보호를 할수 있다.
그리고 메인뱅크는 타 대출은행들과의 자발적인 정보공유를 통하여
당해기업에 대한 협조융자를 유도함으로써 대출위험을 분산시킬 수가 있다.
은행들의 이러한 밀착감시제도하에는 기업들의 과다차입에 대한 제동이
사전에 걸리게 됨으로써 최근 일부 도산기업들의 경우처럼 자기자본의 10배,
20배에 이르는 차입남용과 어음남발이 일어날 수가 없게 된다.
이와같이 대출부실의 사전방지는 수많은 은행-기업들간의 거래에 대한
금융감독의 강도를 높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은행대출은 대출은행
자기책임하에 관리토록 하는 책임경영체제가 확립돼야 실현될수 있다.
이러한 책임경영체제는 은행의 소유구조를 확실히 함으로써 은행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평가가 제도적으로 구축되어질 때 가능할 것이다.
한편 부실대출 원인제공자의 다른 한쪽인 차입기업들에 대하여는
대출은행의 밀착감시뿐 아니라 사회전체의 감리기능이 강화되어야 하는데
이는 바로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문제와 연결된다.
기업의 형태가 주식회사제도이기 때문에 평면적으로 보면 기업지배자는
일응 주주들이고 그중에서도 지분비율이 높은 대주주(오너)들이다.
그런데 구미 제국들의 기업지배이론은 기업의 이해당사자(stakeholders)의
범주를 훨씬 확대하여 소액주주들은 물론이고 거기에 생활터전을 갖고 있는
종업원들, 당해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있는 금융기관, 납품거래 등을 하고
있는 거래기업체들, 그리고 조세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대주주의 전횡이나 경영자들의 경영권 남용에 의해 이러한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로서 철저한 기업공시와
투명경영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공정거래규칙, 소송제도, 세무관리 등이
강화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비추어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을 사유물시하여 비자금 등의
형태로 기업자산을 예사로 누출시키거나 전문경영인을 오너의 머슴정도로
생각하는 일부 기업인들의 잘못된 행태가 바로 잡아지면 대출부실화의 다른
반쪽요인이 원천적으로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볼때 최근 거액부실대출의 방지차원에서 일부 제기되고 있는
금융감독체계 재편논의는 그 선행과제인 은행의 책임경영 소유구조문제와
기업들의 투명경영 실현을 위한 장치구축과 강화가 이루어진 다음의
문제이며, 그 선행과제를 남겨둔 채 금융감독의 강도만을 높인다든가
감독권을 집중-재배치 시키자는 논의는 실익도 없이 새로운 규제강화와
평지풍파만 초래하게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