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 줄만 알던 엔-달러환율이 8일 도쿄외환시장에서 갑자기 떨어졌다.

세계 외환딜러들의 관심은 "도쿄"로 집중됐다.

밝혀진 급락원인은 일본 대장성 국제금융국장의 한마디.

"달러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23엔을 움직였다. 이론적으로 내년엔 1백3엔
까지 떨어진다는 의미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56).

뉴욕타임즈가 붙여준 "미스터 엔"이란 별명이 국제외환시장에서의 그의
영향력을 잘 말해 준다.

그가 일본 외환정책의 지휘봉을 잡은 것은 95년 5월.

엔값이 2차대전후 최고치인 달러당 79.75엔까지 내려간 직후였다.

그의 지속적인 엔저정책으로 일본기업들은 한숨을 돌릴수 있었다.

이때부터 그의 한마디는 앨런 그린스펀 FRB(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영향력에 버금갈 정도가 됐다.

65년 동경대 경제학부대학원을 졸업하고 대장성에 들어간 그는 곧바로
미국 시카코대로 유학을 갔다.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IMF에서 4년간 근무.

클린턴정부의 서머스 재무차관과 월가의 황제 조지 소로스등은 이때 사귄
미국 친구들이다.

36살이던 77년 사이타마대학교수로 자리를 옮겨 대장성을 강도 높게 비판
했던 그는 4년만에 다시 친정으로 돌아왔다.

복귀의 변을 묻는 기자들에게 그는 한마디로 대답했다.

"남자는 말보다 일을 통해 자신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