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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섬우화] (100) 제2부 : 썩어가는 꽃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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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봐, 오늘은 바쁜 일이 있으니까 내일 만나요. 알았지?"

    "사장님, 거짓말하지 마세요. 지금 다른 여자와 응접실에 계시면서"

    "모른척 할 줄 아는 미덕도 가져봐요. 아무튼 이따가 내가 같이
    점심먹을 시간이 되면 그때 연락할게. 전화 끊어요. 미스최는 착각하면
    안 돼요. 나는 지금도 당신의 사장이야. 우리 관계는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지. 대답을 해봐요"

    박동배는 약간 신경질을 부리면서 말했다.

    "그야 열심히 강조 안 하셔도 저야 유부녀니까, 큰소리 못 하지만요.
    이번 달 보너스는 언제 주실거예요?"

    "아 참, 내가 잊고 있었구먼. 이따가 그것부터 챙길게. 그런 거라면
    걱정 말아요. 그 이상 참견하는 것은 용서 못 한다. 끊는다"

    그는 정말 위엄 있는 보스처럼 사무적으로 전화를 끊는다.

    그는 방으로 돌아오면서 웃는 얼굴로 제인에게 다가와서 갑자기 불처럼
    뜨거운 키스를 밍크코트속에 푹 파묻혀 앉아 있는 제인의 꽃잎같이
    아름다운 입술에 퍼붓는다.

    노인의 키스로서는 너무 뜨겁고 탄력에 넘치는 입맞춤이다.

    제인은 한번도 이렇게 불같이 뜨겁고 성적 매력이 있는 감미롭고도
    감각적인 키스를 받아본 일이 없다.

    "오오, 놀라워요 허니. 정말 놀라운 키스예요. 누구에게 이렇게 멋있는
    키스를 배웠어요? 오오오, 당신은 정말 놀라운 사람. 나는 당신에게 반했어.
    요기 압구정동 못 떠나겠다"

    그는 우악스럽게 그녀를 껴안으며, "제니, 정말 요기를 안 떠날거지?
    나는 너 없이는 못 살것 같다. 여기지 요기가 뭐야? 이 서양아가씨야"

    그는 제인이 서양식으로 한국말을 하는것 까지도 귀엽다.

    아주 제 정신이 아니다.

    그는 요새 중년여자들과 선도 몇차례 봤는데, 이제 그런 시간낭비는
    안 해도 될것 같다.

    그의 의식은 어느새 20대남자로 변해 있었다.

    "이 코트는 지난번 알래스카 갔을때 사온 거야. 재혼하면 마누라
    주려고 샀지. 나는 모든 사치품을 외국에서 싸게 사는 법을 알아요"

    그는 시치미를 뚝 떼며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기교에 넘치는 포옹을 하며 그녀에게 불에 데일 듯이
    뜨거운 키스를 퍼붓는다.

    기진맥진한 제인은 그러나 자기의 꿈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백만장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빌리에게 바쳤던 순정의 키스를 그에게 퍼붓는다.

    그녀는 있는 기운을 다 바쳐서 이 미지의 사나이에게 키스를 하고
    또 한다.

    그것은 힘이 달리는 그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최대한의 봉사다.

    그는 전등밑에서 봐도 플라스틱 틀니를 반짝이고 얼굴에 기름기가 죽
    흐르는 늙은이였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 해서 그의 부를 나누어가져야겠다,
    인내가 필요하다고 결심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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