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젊은이들의 낭만과 추억이 어린 일산 백마촌.

동동주가 담긴 항아리를 중심으로 나무탁자에 빙 둘러앉아 파전으로
입맛을 돋우며 우정과 사랑 열정을 토해냈던 그 곳이 되살아났다.

서울에서 일산신도시 백마역을 지나 경의선철도를 따라 8백m 가량
올라가면 납작한 바탕돌을 입구에 깔아놓은 소로가 보일듯 말듯하다.

일산신도시가 건설되면서 백마를 떠난 주점들이 하나 둘 이곳에 모여
들기 시작한 애니골은 여기서 시작된다.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학사주점 화사랑에서부터 가든
패밀리레스토랑 한식집 매운탕집 커피숍 등 다양한 음식점이 길을 따라
좌우로 들어서 있다.

동동주와 파전으로 젊은이들의 가슴을 적셨던 화사랑, 시골 토담집같은
시인학교, 저녁이면 라이브무대로 들뜨는 백마, 남미의 고원지대 건축
양식을 본뜬 마추피추 등이 백마촌의 향수를 찾는 사람들을 맞는다.

해물 샤브샤브전문업소인 사평역의 김정호(30) 지배인은 "가족 연인을
중심으로한 중년층들이 애니골을 많이 찾고 있다"면서 "가볍게
한잔하고 주변 산길을 산책하기엔 여기만한 곳이 없다"고 자랑했다.

일산구 풍동에 위치한 애니골은 원래 YMCA수련원이 있는 자연부락을
부르던 명칭으로 본래는 애현리였다고 전해진다.

애니골로 들어가는 소로는 차가 비켜가기 어려울 정도로 좁은데 현재
확장 공사가 진행중이다.

< 김희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