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원공급기(SMPS) 업체인 화인전자썬트로닉스(대표 박찬명)는
업계에서 극일기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회사가 만드는 전원공급기는 엘리베이터, 현금자동지급기 고속도로
발매기, 공장자동화라인등에 들어가는 고부가가치의 산업용 통신용 제품으로
전원이 끊기면 안되는 중요한 장비에 사용되기 때문에 그만큼 고품질을
요구한다.

박사장은 지난 84년 이 산업용 전원공급기를 개발하면서 회사를 설립,
일본의 다국적기업이 독차지했던 국내시장에서 길고도 힘든 싸움을 통해
이제는 일본 수입품들을 밀어내고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있다.

이회사가 일본기업들을 이길수있었던 비결은 간단하다.

일본제품보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3분의 1가격으로 판매했기 때문이다.

간단할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가격과 품질 두마리 토끼를 다 잡기는 아주 어렵다.

이 회사를 들여다보면 궁금증은 더해진다.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 있는 10층 규모의 본사는 얼핏보아 사무실처럼
보인다.

안에 들어서면 전망 좋은 사무실에 생산라인이 들어서있고 여기서 제품을
만든다.

생산기술부서나 품질기술연구실 같은 부서의 책상이 생산라인 바로 옆에
배치돼 함께 근무할 정도로 쾌적하다.

박사장은 "가장 좋은 제품을 가장 싸게 만들수있는 비결은 최고의 생산
환경에서 최고의 컨디션으로 만들고 계획생산으로 원가절감을 하기때문"
이라고 밝힌다.

품질에 대한 신념은 사업 초기부터 초지일관 지켜왔다.

처음 제품을 냈을 때만해도 잘 팔리지않아 한달에 1백대 팔기도
어려웠지만 무역업으로 번 돈을 부으며 버텼다.

OEM제의도 많았지만 자체 브랜드를 고수했다.

이렇게 몇년이 지나자 사용한 곳에서 품질 평가가 이루어지면서
하나하나 주문이 늘어 탄탄하게 자리를 잡게됐다.

사장실에는 각종 상패보다 파기된 불량품이 더 눈에 띄게 전시돼있다.

지난해 10월 한 업체에 제품 7백개 1억원어치를 납품했다가 불량제품이
2개 발견되자 모든 제품을 리콜해 전직원이 회사 마당에서 때려부쉈다.

그리고 회사의 각층 각사무실에 향후 10년간 이제품을 전시하기로하고
품질 약속을 다지고있다.

업계가 불황에 허덕이는 요즘도 이회사는 승승장구, 올해는 지난해보다
30% 성장한 2백억원의 매출을 돌파할 전망이다.

95년에 업계 처음으로 ISO9001 인증을 받았고 최근에는 최초로 EM마크를
땄다.

요즘 박사장은 판매가 잘될때 오히려 가장 신경써야할 부분이 품질이기
때문에 전보다 더 바짝 긴장하고있다.

호경기시절에 품질을 잡아두면 불경기때 버틸수있지만 잘 팔린다고
품질관리를 게을리하면 불경기일때는 판로가 막혀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다.

현재 산업기기에 사용돼 가동중인 제품이 총 1백만대 가량인데 이중
AS 신청이 들어오는 건수가 한달에 1백개정도로 불량률이 낮은 편이지만
사후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박사장의 경영철학은 교과서적이다.

"풍요로운 삶"이라는 사훈에서 알수있듯 열심히 일해서 사장이나
직원이 잘먹고 잘사는게 중요하고 또 그만큼 세금도 성실하게 내야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연말에 그해 실적에 따라 특별성과금을 지급하고 있고 조세의날
모범납세자로 포창을 받기도했다.

자금운용에서도 은행빚을 끌어쓰지 않고 어음발행도 안한다.

박사장은 앞으로는 해외수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그동안은 수출을 못한게 아니라 국내시장에서 수입품과 싸워 국산대체를
이루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UL등 관련 국제규격이나 인증은 이미 다 획득해두었다.

수출은 내년부터 시작하지만 다음달부터 홍콩 일본 미국 현지 광고등을
통한 홍보활동에 나서 시장기반을 다져놓을 계획이다.

<고지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