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음악회를 가거나 연극 영화를 보러갈 때 우리는 먼저 티켓을 구입
해야 하고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찾아가야 한다.

그러나 미술감상은 다르다.

인사동, 사간동, 청담동 등 화랑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 가면 정해진
시간이 아니더라도 특별한 기획전을 제외하곤 모든 전시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젊은 데이트족이나 대학생 직장인들이 화랑이나 미술관을 많이
관람하고 주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단위로 찾기도 한다.

이에 따라 미술작품을 각자의 생활속으로 끌어 들일 수 있는 문화상품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욕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아트숍에 대한 관심 또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된 것이다.

문화상품을 앞세워 전세계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프랑스는 뛸르리
공원에서부터 루부르 박물관에 이르는 지하공간을 이용해 지난해 9월
"파루셀드 루브르"라는 대규모 아트숍을 열어 루부르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꼭 들러 예술에 관련된 무언가를 사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아트숍에는 각종 유물과 그림들이 일상용품에 새겨져 있거나 복제품으로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다.

"문화전쟁시대"가 펼쳐질 21세기에 대비, 영국과 미국도 발빠르게 채비를
갖추고 있다.

영국의 대영박물관과 미국의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이 2000년대초 개관을
목표로 프랑스의 카루셀 드 루브르에 버금가는 아트숍을 준비중이다.

현재 서울에 있는 미술관이나 화랑중 아트숍을 운영하는 곳은
국립현대미술관 예술의전당 호암갤러리 환기미술관 토탈미술관 갤러리 현대
가나화랑 토아트스페이스 갤러리시우터 인터갤러리아트센타등.

이밖에 미국의 문화상품 유통회사인 "더 뮤지엄 컴퍼니"가 지난해
압구정동에 문을 열었고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내의 "뮤지엄 아트"도 영국과
미국의 미술 복제품을 취급하는 전문매장으로 영업을 개시했다.

아트숍에는 도록은 물론 엽서 포스터 티셔츠 넥타이 우산 컵 시계 장난감
등 미술과 기능이 결합돼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격조 높은 일상용품들이
미술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는 87년부터 미술관의 소장품 가운데 선별 제작한
아트포스터가 만들어졌고 호암갤러리는 3년전부터 마케팅팀을 만들어
기획전을 열때마다 전시에 맞는 아이템의 문화상품들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장욱진의 열쇠고리, 한국전통문양과 선을 살린 책갈피, 바우하우스 작가들
의 디자인을 도입한 브로치, 이응노 작품에서 이미지를 따온 스카프 등
문화상품들을 개발됐고 판매율도 해마다 20%이상 늘고 있다.

환기미술관의 아트숍에도 김환기 그림을 따온 무늬를 넣어 머그컵과 큰
장식용 접시 스카프 가방 티셔츠 우산 등 다양한 상품들이 준비되어 있다.

갤러리 현대에서는 95년부터 한국의 명화를 담은 아트포스터를 제작 판매
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혜원이나 단원의 그림은 알아도 우리나라 최고의 현대미술품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이 드물다.

이를 위해 갤러리 현재에서는 우리의 명화를 담은 박수근 장욱진 천경자
김환기 황규백씨등의 아트포스터를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액자틀도 작품에 맞게 제작 판매하고 있어 집들이 선물이나 결혼선물로
인기가 높다.

이밖에 박수근 복제판화, 변종하 판하, 유명 공예가들의 악세사리, 미술
관련 서적과 잡지등이 마련되어 있다.

< 갤러리 현대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