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인수합병)시장 경쟁시대 도래.

지난 1일자로 증권거래법 200조가 예고 3년 4개월만에 폐지되면서 자유
경쟁시대를 맞았다.

상장사 대주주들은 벌써 경영권방어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다.

최근 한달여동안 무려 60여개사가 편법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사모
전환사채와 사모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 자기에게 우호적인 제3자에게
인수시켰다.

그런가하면 200조가 폐지되기 전날인 지난달 30일에는 혹시나 자기회사가
공격을 받지 않을까 하는 문의전화가 감독기관에 빚발쳤다.

공개매수신청은 종근당 한건에 불과했지만 상장사 대주주들의 경영권
방어에 대한 관심사는 어느때보다도 높아졌다.

우리나라 대주주들은 사실 지금까지 정부의 보호아래 편안하게 경영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권당국의 승인없이 10%이상의 주식을 사지 못하도록 한 증권거래법
200조에 따라 경영권위협을 거의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그 보호망이 사라짐으로써 기업주들은 경영을 투명하게
해야하고 스스로 경영권을 방어해야하는 입장이 됐다.

새로운 제도는 기업지배권시장에 시장원리를 도입하면서 투명성장치를
보강한게 특징이다.

시장원리에 따라 자유롭게 지분대결을 벌이도록 하면서 공정한 게임이
벌어지도록 한 것이다.

공정한 게임을 위해서는 게임에 참여하는 특별관계자의 범위를 사실상
보유자로 크게 확대했다.

이와함께 경영권 프리미엄이 대주주들에게 독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누구든지 의결권있는 주식을 25%이상 매입할 때는 50%+1주가 되도록 공개
매수청약을 하도록 했다.

경영감시기능을 높이기위해 소수주주권의 행사요건도 크게 완화했다.

시장에서 주주들끼리 주어진 도구(권리)를 갖고 게임에 임하라는 취지라
할 수 있다.

"당국이 모든 지분을 일일이 조사 확인할 수 없습니다.

손해를 보는 주주들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야하고 이들 주장에 대한
해석과 판단은 당국과 법원에서 할 것입니다"

증권감독원은 새로운 제도아래서는 게임참여자들의 자기권리찾기가 중요해
진다고 말한다.

새 제도는 증감원의 지적처럼 당사자들간에 많은 소송을 가져올 전망이다.

사실상 보유분을 합산해서 신고토록 함으로써 사실상 보유분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놓고 당사자간에 논란이 잇따를 전망이다.

특히 공동보유자여부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격을 받는 기존 대주주들은 일련의 주식보유자를 두고 공동보유자라고
주장, 의결권무효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반면 공격자들은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은 비교적 덩치 큰 지분보유자를
두고 대주주와 소유목적을 같이 하는 공동보유자라고 시비를 걸 것이다.

또 한화종금과 미도파의 경영권 분쟁에서 보는 것처럼 회사의 임원들을
상대로 직무정지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자격시비를 걸 것으로 보인다.

울산대 유영일 교수는 "회사 임원에 대해서는 경영권을 방어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문제와 방어수단이 합법적인가라는 문제를 생각할 수 있다"면서
경영진들은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이 조화될 수 있는 선에서 방어책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새제도는 시장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누구든지 25%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면 50%+1주에 모자라는 주식을 공개
매수청약해야하므로 인수자는 큰 부담이다.

따라서 당분간 적대적인 인수합병은 물론 우호적인 인수합병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규정의 미비점 허점을 찾아서 공격방어해온 지금까지의 관행을
감안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은 활기를 찾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우증권 이황상 M&A팀장은 "지분 경쟁이 일어나면 50%정도를 확보해야
하므로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적대적인 인수합병보다 우호적인 인수합병에
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24.99%만을 이동하거나 공개매수가격을 낮추기위해 거래가격을
2중으로 작성하는 등 우호적인 인수합병에 다양한 편법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주가측면에서 보면 대주주들의 시장개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대주주들은 위장지분을 이용해서 주가를 관리해온게 사실이다.

주가가 급하게 오르면 주식을 매입하고 주가가 떨어지면 내다팔아
비자금을 마련한다는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래서 작전세력들은 대주주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시세조종에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주가흐름에 따라 대주주물량이 나오고 들어가는 사례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의무공개매수제도의 도입으로 대주주들은 지분을 한번 줄이면 다시 늘리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대주주들이 위장지분을 완전히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그래서
나온다.

소액주주들의 권리행사요건을 완화함으로써 소액주주들의 제목소리 찾기
활동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외환은행 자회사인 한외종금 노동조합은 우리사주조합지분을
바탕으로 주주총회에서 사장과 감사를 추천하기로 했다.

1%이상 주주에게 부여된 주주제안권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표시이다.

한화종금의 경영권분쟁에서 1,2대주주가 이용했던 위임장대결도 새삼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최근 민주시민참여연대는 한보에 거액의 대출을 해준 제일은행의 주총에
참석 소액주주들을 대신해서 경영진의 책임을 따졌다.

LG경제연구원의 최병현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소액주주들의 소송이 매우
활발하다"면서 이번 제도개정으로 소액주주들의 권리행사가 보다 활기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새로운 제도는 이처럼 많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나 다소 아쉬운 점도
남기고 있다.

경영권 방어수단을 너무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어 인수합병제도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을 나타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나라종합법률사무소의 임재연 변호사는 "경영자의 퇴출기회를 크게 줄이는
시대에 역행적인 요소가 많다"면서 경영권이전이 더 자유롭게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11년전 영국은 금융시장에 대충격(빅뱅)조치를 내려 금융산업을 크게
발전시켰다.

개정 증권거래법은 주식소유제한제도를 철폐함으로써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인수합병시장에 관한한 빅뱅시도라고 할 수 있다.

무능한 오너경영자가 물러나는 계기가 될 수 있는지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 박주병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