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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상민칼럼] 사람이 '본질'이다 ..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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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강부근 정글지대를 여행중이던 한 미국인이 오른쪽 다리가 너무
    가려워 병원을 찾았다.

    머리칼이 희끗희끗한 노련하게 생긴 의사가 진찰을 마친뒤 자신있게
    말했다.

    "급성 뼈섞는 병입니다.

    오른쪽 다리를 자르지 않으면 목숨을 잃게 됩니다"라고.

    귀국해서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면 안되겠느냐고 묻자 의사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당장 잘라야 합니다.

    미국가서 수술 받으려다간 비행기에서 돌아가시게 될지도 모릅니다"라면서.

    어쩔수 없이 수술에 들어간 그가 마취에서 깨어나 수술경과가 어떻냐고
    묻자 의사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함께 있는데 어느 것부터 듣고
    싶으냐고 되물었다.

    우선 나쁜 소식부터 듣자니까 의사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우리가 깜밖 실수를 해서 당신의 오른쪽 다리를 자른다는게 왼쪽 다리를
    자르고 말았습니다"라고.

    기가 찬 환자가 그럼 도대체 좋은 소식은 뭐냐니까 의사의 답변은
    이러했다.

    "왼쪽 다리를 자르고난 뒤 우리가 당신을 다시 정밀진찰한 결과 당초의
    진단이 잘못됐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당신의 가려움증은 모기에 물린 것일 뿐 다리를 자를 필요는 없습니다.

    따라서 당신은 왼쪽 다리보다 활동력이 강한 오른쪽 다리를 계속 그대로
    가질 수 있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도무지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잘된 일인지 잘못된 일인지
    아리송한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지난달 26일 한나절간 있었던 시내버스 파업만 해도 그렇다.

    우여곡절을 거쳐 여.야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새 노동법은 시내 버스 등
    공익사업장의 경우 파업에 앞서 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나절만에 끝났건 하루가 걸렸건간에 지난번 시내버스파업은
    명백한 불법파업이란 얘기가 된다.

    버스업체의 수익성이나 그 종사자의 대우가 어떻든 간에 그러하다.

    새 노동법이 발효된지 한달도 채 안돼 그 규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불법적인 단체행동이 단행됐다는 것은 실로 중대한 문제다.

    산업평화가 정착되지 않는한 우리 경제의 앞날은 없다고 볼때, 노사간
    단체교섭이 법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바로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지난번 시내버스파업의 뒤처리는 중요하다.

    결코 유야무야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엄정한 법집행만이 법의 권위와 사회적 질서를 보장한다고 본다면 더욱
    그렇다.

    큰 피해없이 빨리 끝냈으니 잘된 일 아니냐는 식의 지나친 대범함, 그것은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눈" 탓이다.

    우리가 좀더 본질을 꿰뚫어봐야 할 사안들은 비단 시내버스파업 뒤처리
    문제일 수만은 결코 없다.

    한보사건과 김현철파문, 그리고 내각책임제도의 개헌론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일들을 우리는 좀더 여러 각도에서 생각하고 따져볼 필요가 있다.

    5.16으로 내각책임제 헌법을 뒤엎었던 주역인 김종필씨가 주장하기 시작해
    이제 여당권 일각에까지 번지고 있는 내각제도의 개헌론을 보자.

    한 사람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대통령 중심제는 문제가 있으므로
    개헌을 하자는 주장이 일응 설득력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60년대부터 80년대에 이르기까지, 1인에의 권력집중이 지금보다
    더 심했고 그로 인한 고통이 피부에 와닿던 그 암울하던 시절에 지금의
    개헌론자들은 왜 권력분산의 필요성을 들고나오지 않았는지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한다.

    공교롭게도 여.야에서 모두 내각제선호를 분명히 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하나같이 대통령후보경선에서 비교열위의 위치에 있다는 점도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한보사건은 두말할 것도 없이 엄청난 규모의 "검은 돈"을 필요로 하는
    우리 정치풍토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내각제로 개헌을 한다고 이런 사건이 빚어지지 않을까.

    정치풍토와 사람이 바뀌지 않은 채 내각제로 간다면 아마도 정치권의 돈
    수요는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맑은 정치"는 더욱 공염불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제는 좋고 내각제는 나쁘다"는 주장을 펴기위해 이 글을
    쓰려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들에서도 샌다는 말이 있지만, 대통령제로 한보나
    김현철이 나오고 지역갈등이 빚어졌다면 내각제를 하더라도 그런 것들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본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이런 잡다한 문제들은 본질적으로 정치제도변경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사람이고 운용이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국민들의 사람선택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GNP 1백달러짜리 국민은 결코 1천달러인 나라 지도자만큼 훌륭한 지도자를
    가질 수 없다고들 하지만, 정말 모든 문제는 우리들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달려 있다.

    건망증이 심한 국민은 결코 양질의 지도자를 가질 수 없다.

    한보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상황에서도 바로 그 회사관련비리사건
    연루자가 선거에서 뽑히는 나라, 그런 국민이라면 또 새로운 한보사건을
    겪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 수 없다.

    우리는 바로 그런 점에서 모두 스스로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정말 손가락을 자르고 싶은 반성을 하는 국민이라야 미래가 있다.

    멀쩡한 다리를 자르고도 "기쁜 소식"을 전하겠다는 의사처럼 무책임하기만
    한 정치인들의 말장난에 놀아나서는 안된다.

    우리 모두가 정치인을 보는 "눈"이 있어야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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