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건 2차공판이 열린 31일 오전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 입구에는
지난 17일 첫 공판때보다 다소 많은 방청객이 몰려 재수사 착수이후
증폭되고 있는 세간의 관심을 반영했다.

<>.이날 변호인 반대신문을 마친 피고인들은 대부분 한보 특혜대출 의혹이
언론이 보도될 때 이미 자수할 것을 결심하고 검찰에 자진 출두, 자신들의
죄를 대부분 자백했다고 진술.

피고인들은 그러나 정피고인으로 부터 돈을 받은 공소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한보에 대한 대출 청탁이나 특혜 조건이 아니라 정치자금이나 은행장 판공비
등으로 알고 받았지 절대 뇌물은 아니었다는 정상론을 피력.


<>.손지열 재판장은 은행장 출신 피고인들에 대한 주신문을 통해 주거래
은행제도에 대한 개요와 각 은행들의 총여신 규모 및 5대 재벌에 대한
여신규모 등에 대한 질문을 벌여 눈길.

특히 신광식 피고인은 주거래 은행제도의 기능과 책임 등에 대해 10여분간
상세히 설명.

<>.조흥은행장 출신인 우찬목 피고인은 과거 포항제철이 국가 기간산업
으로 출발할 때 조흥은행이 주거래 은행이었음에도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아
자금지원을 못해 현재까지도 원만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한보대출
배경에는 우수 고객확보 차원도 있었음을 설명.

우피고인은 또 지난 95년 6월 당진제철소 준공식에서 모은행의 한 전무가
"서울은행이 자금이 없어 제일은행이나 조흥은행처럼 한보대출을 하지
못했다.

한보가 포철과 같이 성장하면 은행간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며
부러워했다고 전언.

<>.이날 공판에는 지난 14일 첫 공판과는 달리 10여명의 국민회의 공동
변호인단중 4명만이 출석하는 등 변호인단 상당수가 출정하지 않아 변호인
석은 다소 썰렁한 분위기.

또 첫 공판때 정총회장의 아들 4형제가 나란히 공판을 방청했던 것과는
달리 이날 공판에는 4남 한근씨만이 홀로 나와 방청.

<>.황병태의원이 이날 이 사건 2차 공판에서 "현정치인들은 갖은 청탁이나
부탁을 조심성없이 무조건 수용해주는 잘못된 풍토에 젖어있다"며 정치권의
부패불감증을 직접 언급해 눈길.

황의원은 이날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정태수한보 총회장으로부터 대출
청탁을 받았을 때 본인이 사안의 앞뒤를 가리지 않고 선뜻 응한 것도
정치권의 만성적인 부패관행에 자신도 모르게 젖어 버린 결과"라고 진술.

황의원은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된 뒤 아는 사람의 부탁이나 청탁에 대해
"그다지 무리가 따르지 않는한" 가능한 범위내에서 수용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막연히 생각했으나 이것이 곧 부패의 근원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스스로 비판.

<>.대법정 입구에는 이날 오전 8시부터 방청객 1백여명이 줄을 서
대기하다 오전 9시20분부터 법정입구에서 간단한 검색절차를 거치고 차례로
입정.

이날 방청객 행렬에는 한보거래 5개 채권은행 등 시중은행 관계자들이
다수 눈에 띄어 재수사 착수이후 은행임직원 사법처리 여부가 지상에
오르내리면서 금융권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반증.

< 이심기.김인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