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영혼들의 애틋한 이야기를 담은 명화 3편이 4월초 안방극장에서
감동대결을 벌인다.

유명시인과 우체부의 따뜻한 우정을 담은 "일 포스티노"(브에나비스타),
전쟁보다 강하고 운명보다 질긴 첫사랑의 아픔을 그린 "러브 앤 워"
(시네마트), 죽음에 이르는 사랑이야기 "브레이킹 더 웨이브"(드림박스)가
나란히 출시되는 것.

"일 포스티노"는 칠레의 위대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이탈리아의 작은
섬마을에 잠시 지내러 오는 데서 시작된다.

네루다를 동경하던 마리오는 그에게 밀려올 각종 우편물을 배달하는
우체부로 나선다.

마을식당의 아리따운 아가씨 베아트리체에게 반한 마리오.

네루다를 졸라 시를 배운 마리오는 서투른 은유로 베아트리체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네루다의 도움으로 마리오는 베아트리체의 마음을 얻고 두사람은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다.

마리오는 고국으로 돌아간 네루다를 그리워하다 그가 남긴 녹음기에 마을의
아름다운 소리를 담는다.

몇년뒤 마을을 다시 찾은 네루다를 베아트리체 홀로 맞이한다.

마리오는 노동자운동에 앞장서다 희생당한 것.

마리오가 네루다에게 남긴 테이프소리가 흘러나오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감동의 떨림이 오래 지속되는 영화.

네루다역을 맡은 필립 느와레의 노련한 표정연기와 영화를 끝내고 1개월만에
지병인 심장병으로 숨진 마리오역 마씨모 트로이시의 순수한 모습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마이클 랫포드 감독.

"러브 앤 워"는 대문호 헤밍웨이가 젊은 날 전쟁터에서 만난 간호사
아그네스와 나눈 지순한 사랑을 담은 실화.

전쟁이 한창이던 북부 이탈리아.

혈기넘치는 청년 헤밍웨이는 보급품 수송임무에 싫증을 느끼고 포탄이
빗발치는 최전방으로 달려간다.

대규모 포격으로 그의 부대는 전멸하고 헤밍웨이도 다리에 총을 맞고
쓰러진다.

의식을 되찾은 그는 자신을 정성스레 돌보는 간호사 아그네스의 사랑스런
손길을 느낀다.

치료를 빌미로 티격태격하며 헤밍웨이는 8년 연상의 아그네스와 풋풋한
사랑을 키워 나간다.

그러던 중 아그네스는 전방지역으로 이동하고 헤밍웨이는 귀국명령을
받는다.

두사람은 총성이 들리는 전쟁터 호텔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정을
불태우며 아쉬운 작별을 나눈다.

"간디"의 감독 리처드 아텐보로는 8년의 나이차를 뛰어넘는 첫사랑의
애달픔을 특유의 담담하고 섬세한 구성으로 그려나간다.

아그네스를 맡은 산드라 블록의 밋밋한 연기는 아쉬움.

96년 칸느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브레이킹 더 웨이브"는
사랑을 위해 육신의 파탄도 감행하는 아름다운 연인의 이야기.

"유로파" 등 실험적인 작품을 주로 만든 명장 라스 폰 트리에가 전혀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다.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

순진무구한 처녀 베스와 외지에서 온 노동자 얀은 첫눈에 반해 결혼한다.

신혼의 단꿈도 잠시.

얀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유정으로 일하러 떠난다.

항상 함께 있기를 원한 베스의 기도는 얀이 사고때문에 전신마비가 된채
돌아오는 것으로 이뤄지고 비극적인 연인의 애틋한 스토리가 시작된다.

청교도적인 무게감이 흐르는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파리 텍사스"의 촬영감독 로비 뮐러의 거친 영상미학도
음미해 볼만하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