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주가지수선물.옵션시장 개설준비위 사무처장>

"파생금융상품의 원천은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주장에 많은
사람은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파생금융상품의 대표격인 옵션의 개념이 이미 고대 그리스시대에도
있었다.

어느 겨울 그리스의 철학자이며 천문학자인 탈레스는 자신의 천문학
지식을 이용하여 이듬해 올리브가 풍작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올리브
압축기 소유자들로부터 가을에 압축기를 제일 먼저 사용할수 있는 권리를
약간의 돈을 주고 샀다.

압축기 소유자들은 다음해에 풍년이 될지 여부를 알수 없었으므로
탈레스는 저렴한 가격에 계약을 맺을수 있었다.

가을이 되어 그의 예상대로 올리브는 풍작이 되었고 압축기를 빌리려는
올리브유업자가 쇄도하여 탈레스는 압축기를 빌릴 권리를 높은 가격으로
매각하여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이러한 역사속의 사상적인 기초를 연구 발전시켜 금융시장에서는
파생금융상품이란 형태로 집대성되었다.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있는 현재의 각국 경제는 국제화되고 국가간의
울타리는 허물어지고 있으며 금융계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파생금융상품은 금융공학도의 상상력에 의해 무한하게 창조되지만
본질적으로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파생금융상품은 위험은 많지만 수익또한 높은 것
(high risk, high return)이 특징이므로 오늘날 선진국에서의 금융구조는
파생상품없이는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지역에 관계없이 전세계 곳곳에 다양한 파생상품이 속속 도입되고
있으며, 국제적인 대기업은 물론 외환거래와 관계없는 기업이나 지방기업,
그리고 일부 개인들까지도 이러한 파생금융상품을 이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파생금융상품 거래는 94년말 현재 86년 대비 약15배로
증가하였으며, 그 규모는 약 17조달러를 상회하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국제간 경쟁이 격화되고 각종 금융상품의 가격변동이 더욱
심화될 것이 예상되므로 우리나라에서도 파생금융상품 거래규모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파생금융상품을 이용하는가.

첫째 파생금융상품은 종래에는 없던 매력있는 금융거래를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옵션과 같은 파생금융상품거래에서는 이익은 무한히 올릴수 있으면서
손실은 한정시킬수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파생금융상품을 이용함으로써 자산.부채의 리스크 형태를
변화시킬수 있고 리스크를 경감하거나 해소할수 있다.

즉 종래의 주식과 외환거래를 선물거래와 옵션거래로 바꿈으로써
종래에 불가능하였던 리스크회피를 할수 있게 되었다.

특히 파생금융상품에 의한 리스크 헤지는 기존의 상품과 비교하여
비용이 낮고 편리한 저비용 고효율의 상품이라는 특징이 있다.

세번째로 주식과 채권 등의 현물거래와 비교하여파생금융상품거래에서는
투하자본에 대해 큰 투자효과를 얻을수 있는 레버리지(지렛대)효과가 있다.

즉 작은 규모의 자금으로 큰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금의 2,3배는
물론 몇십배의 거래도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장난감 블록을 가지고 매우 다양한 형태의 구조물을 조립해
내듯이 단순히 선물과 옵션을 조합함으로써 거의 무한대로 다양한 형태의
상품을 창출할수 있다.

옵션은 콜과 풋을 조합하거나 포트폴리오와 다른 금융상품과 조합함으로써
종래에는 없었던 새로운 투자전략을 제공한다.

또한 선물거래와 함께 옵션거래를 하면 투자자에게 다양한 투자수단을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물시장의 안정및 확대에도 크게 기여하게 된다.

옵션시장은 오는 7월7일 개설된다.

이에 발맞춰 증권회사와 은행 투자신탁 보험회사등 기관투자가는 고도의
투자기법 개발과 고객의 투자수요및 요구에 부응하는 상품을 개발하여
기관투자가를 통한 간접투자 풍토를 조성하는 전략적인 연구 노력이
필요하다.

향후 금융기관의 겸업화 추세에 따른 업무영역 확대 등에 따라 경쟁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의 국제화 개방화에 따라
외국금융기관과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물.옵션의 노하우를
축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선결과제라할 것이다.

특히 기관투자가의 경우 고객의 수익률을 제고시키는 상품개발뿐만
아니라 운용자산의 수익력제고를 위해 부담하는 위험을 제거하는 선물.옵션
등 신상품의 종합적 활용전략이 경쟁력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여야 한다.

증권시장 역시 멀지않아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증권회사와 투자신탁회사는 새로운 생존전략을 수립하지 않을수 없는
시점에 있다.

증권회사의 경우 영업수익의 60%이상을 주식매매의 위탁수수료 등
주식시황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외국의 증권회사들이 전체수익에서 신상품과 관련한 영업수익이
약 3분의 1에 이른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증권회사나 투자신탁의 영업실적이란 주식시황이 좋아져야 호전되는
실정이므로 이는 마치 비가 내려야 논에 모를 심을 수 있는 천수답에
비유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재의 주식위주
운영체제에서 탈피하고 시장상황에 맞게 선물 및 옵션 등 파생상품시장에서
투자와 위험관리기법에 대한 능력을 키워 경쟁우위를 지님으로써
승자로서의 위치를 확보하여야 할 것이다.

불황일수록 신상품개발을 통하여 수익구조의 다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바야흐로 지금 국내증권업계는 물론 모든 기관투자가들은 파생상품을
이용한 새로운 시장개척에 적극 나서야 할 시기이다.

지난해 5월3일부터 한국증권거래소가 KOSPI 200 지수에 대한 선물거래를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파생금융상품 시대의 막을 열었으며 7월에
옵션시장이 개설되면 본격적인 파생금융상품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멀지않아 파생금융상품시장에서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의 금융기관과
기관투자가와의 본격적인 경쟁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을 생각할 때 국내의
금융기관과 기관투자가들은 부단한 각고의 노력을 통해 "탈레스의 지혜"를
터득하고 치열해질 금융시장의 경쟁대열에서 낙오자가 되지않기를 기원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