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점과 개선방안 ]]

남성일 <서강대 교수 / 경제학>

퇴직금은 개인의 저축, 국가의 사회보장제도와 함께 근로자의 퇴직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기업의 보상수단이다.

기업차원에서 퇴직금은 보상체계의 한 항목으로서 임금 등 다른
보상수단과 상충관계에 있다.

퇴직금이 증가하면 임금 등의 액수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퇴직금과 임금의 최적결합은 근로자 및 기업의 선호도에 의해
선택돼야한다.

만일 근로자가 퇴직금을 선호하고 기업입장에서도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싶다면 자연 퇴직금 비중이 높아져야 할 것이다.

한편 경영환경의 장래가 불투명하고 장기근속의 생산성 효과가 약한
구조조정기에는 퇴직금의 비중을 낮춰야 할 것이다.

만일 이렇지 못하고 퇴직금과 임금의 비율이 법적.사회적 규제에 의해
고정돼 있다면 결국 근로자와 기업이 손해를 보고 말 것이다.

우리나라 퇴직금제도의 문제점으로는 우선 기업의 부담이 지나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법정퇴직금은 구조적으로 인건비에 대한 퇴직금 부담을 가중시키게 돼
있다.

예를 들어 근속연수 30년에 한국은 34개월치를 지급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23.5개월치, 일본은 22개월치를 주고 있다.

1백인 이하 사업장에서 일본기업의 노동비용에서 퇴직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인데 비해 한국기업의 퇴직금비중은 16.4%나 된다.

또 퇴직금 산정기초가 평균임금으로 획일화돼 있고 지급형태도
일시금으로만 돼 있어 기업의 부담은 크다.

대량의 퇴직자 발생시 퇴직금 부족으로 인한 "퇴직금 도산"이 우려될
정도다.

퇴직금 누진제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누진제 채택기업은 91년의 31.5%에서 96년에는 40%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일본에서는 퇴직일시금제도가 퇴색하고 퇴직
연금제도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1천인 이상 대기업에서는 90%가 퇴직연금제를 일시금제와 함께 채택하고
있으며 퇴직일시금제만 있는 기업은 3.3%에 불과하다.

일본에서도 근로자들은 아직 일시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남아있으나
기업은 세제상의 혜택,퇴직금 비용의 평준화 등의 이유로 연금을 선택하려
하고 있다.

퇴직금의 산정기초도 다양해 임금상승에 따른 퇴직금 상승을 막기 위해
임금과 절연된 산정기초를 채택하는 추세다.

퇴직금 지급률은 누진적이지만 지급률 수준은 높지 않은 상태다.

5년 근속에 3.2개월치, 25년 근속에 23.7개월치의 소정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특히 자기사유로 인한 퇴직의 경우 회사사정에 의한 퇴직보다 지급률이
최고 50%까지 줄어든다.

일본의 이같은 예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의 퇴직금 제도는 여전히
개선점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제도 및 정책차원의 과제를 들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다.

이 경우엔 모든 근로자에게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예를들어 2000년 이후 입사자에 대해서만 적용할 경우 기업이 기존근로자를
신규근로자로 대체함으로써 기존근로자가 대량 실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될 수 있도록 정책적 유인책을 마련해주는 일도
필요하다.

예컨대 퇴직일시금 적립에 비해 퇴직 연금기금 적립에 더 높은 손비처리를
해주는 방안을 들 수 있다.

기업들도 퇴직금 수준이 상승하는 것은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또 퇴직금의 산정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임금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산정기초, 예를들어 직급 근무 연수를
점수화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이와 함께 퇴직금 지급률을 완만하게 만드는 것도 과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