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질 핑계만 찾고 있던 증시가 하락행진을 계속할 것이다"

삼미그룹이 통째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9일 증시는 깊은
충격에 빠졌다.

원화환율이 급등하고 시중금리도 오름세를 지속하며 경기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실명제 보완과 경제살리기 대책을 언덕으로 삼아 바닥다지기와
상승을 모색하던 것이 한꺼번에 물거품이 된 탓이다.

삼미그룹 법정관리 신청은 조정국면을 길게하며 재무구조가 좋은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과의 주가차별화를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직접적 충격보다는 간접적인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이란게 증권전문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종국 삼성증권 투자전략팀당은 "삼미그룹문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지금도 경상이익은 내고 있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재생가능성이 커
증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미그룹 악재는 삼미와 삼미특수강의 주가에서 볼수 있듯이 이미 알려진
재료였다는 얘기다.

그러나 파급효과는 한보보다 훨씬 클 것이란 전망이 많다.

우선 주거래은행인 상업(삼미) 제일(삼미특수강) 등 은행들과 부채비율이
높고 자산가치도 적어 청산할 경우 남는게 없는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외국인들이 제일 등 은행주를 사상최저가임에도 불구하고 내다팔고 있는
것은 청산가치가 마이너스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따른 것"(외국계
증권사 관계자)이라는 말도 나온다.

"경기관련주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산이나 실적 등 내재가치가
높은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과의 주가차별화가 심화될 것"(송태승 동서증권
투자분석부장)이고 "조정기조가 이어져 다음주중 600~620선까지 떨어질 것"
(이계원 동원증권 투자분석부 과장)이란 말은 이런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삼미사태는 국회 청문회와 검찰 재소사및 거액의 융통어음 만기도래 등으로
한보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터져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시한폭탄이라는 긴급성과 핵폭탄의 위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다.

겹겹이 쌓여 있는 악재와 상승작용을 보이면서 증시의 골을 깊게 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높아지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홍찬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