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영혼이 고독하거든 산으로 가라"는 말이 있다.

사람에겐 누구나 "절대 고독"이라고 할까.

마음의 가장 근저에 근원정서로서의 외로움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산에는 이와같은 절대고독을 편하게 내던질 수 있는 넉넉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힘들고 고될때 우리들의 마음을 가장 자상하게 받아주는 곳이 산이라면
세상일에 상처 받은 마음의 치유는 산이 제일이지 싶다.

그래서 나는 인간성의 회복을 산이 안고 있는 침묵의 원형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믿는다.

다행히 내가 근무하고 있는 국민은행에는 산까치회라는 등산모임이 있다.

은행장을 회장으로 하고 임원 및 부장급을 대상으로 한 순수한 자생
조직으로서 휴일을 마땅히 보낼 계획이 없으면 언제라도 산까치회 집합
장소로 나가기만 하면 된다.

7년여의 역사와 286회의 산행을 통해 산까치회가 지금까지 일관되게
지켜온 것은 실질적인 자연보호운동이다.

국민은행이 청계산을 1사1산으로 지정하여 각종 편의시설을 만들고
산정상에 매봉표지석을 세운것도 모두 산까치회의 자연사랑정신에서 나온
것이다.

산까치회 회원들은 산에 오를 때마다 비닐봉지와 집게를 지참하여 산에
널려 있는 쓰레기를 줍는다.

그러다보니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로부터 "국민은행 참 좋은 일한다"는
인사를 많이 받는다.

이와같은 공로에 힘입어 작년에는 자연보호운동 대통령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산까치회는 주로 청계산, 북한산, 관악산 등 서울 근교산을 매주 차례로
등반하면서 2달에 한번정도로 지리산, 설악산과 같은 장거리 산행도 한다.

금년 음력정월초에는 태백산에서 하늘제, 청계산에서 산신제를 성대히
올리고 우리 회원들 뿐만아니라 산을 찾은 모든 사람들과 떡, 막걸리를
서로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산을 오르내리는 것이 우리들에게는 영육의 건강과 자연사랑을 동시에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회원상호간 인화를 통해 임원
부장간의 일체감까지 조성할 수 있어 우리은행 발전에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으니 얼마나 가슴 뿌듯한 일인지 모르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