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음악인들에게 주요한 곳입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활동한 지 8년만에 한국팬들을 직접 만나게 돼 늦은
감이 있지만 그만큼 설레고 기쁩니다"

러시아 출신의 신예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35)는 6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첫 내한 공연의 소감을 이같이 털어
놓았다.

9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독창회를 갖는 그는 그동안
한국에서 공연했던 동료들로부터 좋은 얘기를 많이 들어 더욱 기대가
크다고.

탄탄한 음성과 불을 뿜는 듯한 열정적인 표현이 매력으로 꼽히는 그는
"러시아 저역가수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가수"로 평가받고 있다.

89년 카디프 콩쿠르에서 브라인 터펠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며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런던 코벤트가든, 뉴욕 메트로폴리탄, 밀라노 라스칼라 등 주요
오페라 무대에서 승승장구, 세계 정상의 바리톤으로 각광받고 있다.

"누구나 그렇듯 저도 좌절의 경험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러한 경험은 오히려 저를 뒤돌아보며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해 주었고 결국 발전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흐보르토프스키는 이번 독창회에서 7년여간 호흡을 맞춘 미하일
아르카디예프의 반주에 맞춰 "밤" "샘물" 등 라흐마니노프의 가곡 10곡과
헨델의 "나무그늘 아래서"를 부른다.

연주회때마다 러시아곡들을 주요 레퍼토리로 삼아온 그는 "전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휼륭한 곡들을 알리는 것은 러시아인으로서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2002년까지의 스케줄이 꽉 짜여있을 만큼 바쁜 몸인 그는 서울 독창회를
마치고 대로 미국 순회 연주회에 들어간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