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간 벽 허물기" "오디션제로 주역 결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국수호)과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최태지)이 기존
관행을 깨는 파격적인 시도로 무용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외부 무용가들에게 과감히 문호를 개방, 화제를 모았던
국립무용단이 오는 5월 봄정기공연의 주요 배역을 뽑는 오디션에
현대무용과 발레전공자에게도 응모 기회를 주겠다고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또 국립발레단은 현대무용강습을 마련하는 등 정통 클래식에 국한돼
왔던 작품성격을 다양화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시도는 보수적 색채가 짙은 관변단체 운영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던
부분.

국.공립단체의 경우 새로운 시도보다는 기존의 관행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높아 진취적이고 실험적인 자세로 예술의 질적 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개혁의 주도자는 국립무용단.

96년초 국수호씨가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이래 국립무용단은 오디션을
통해 외부 무용가를 기용, 더블캐스팅으로 공연을 마련해왔다.

순수 단원이 중심이 된 무대와 외부 무용가가 주역이된 무대를 번갈아
선보여 양쪽의 기량을 비교, 평가할 수 있도록 했던 것.

이처럼 이원화된 공연방식은 단원들에겐 긴장감을 불어넣고 또 능력있는
외부 무용가에겐 국립무용단의 작품에 출연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돼왔다.

국립무용단은 또 최근 단원들에게까지 오디션제를대폭 확대하는 한편
장르의 제한없이 현대무용과 발레도 수용하기로 결정, 무용계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그동안 주역은 평소의 기량과 경력을 참조해 예술감독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게 통례였다.

예술감독의 이러한 전권은 때로 단원들과 불협화음을 낳는 한 원인이
되고 "정실개입" 운운의 개운치 않은 뒷얘기를 불러오곤 했던 것도 사실.

이 때문에 엄정한 심사에 의한 오디션제는 단원들의 자질향상을 유도하고
단체운영에 공정성을 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립무용단은 오는 5월1일부터 6일까지 국립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려질
"하얀초상"의 남.녀주인공과 조역인 이차돈과 거칠마루, 달아기와
평양공주를 모두 오디션을 통해 뽑기로 했다.

외부인의 응시자격은 만 18이상 40세 이하로 한국무용과 현대무용, 발레
등 장르의제한은 없다.

국수호 예술감독은 "국립무용단의 목표는 일본의 가부키, 중국의 경극과
같이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춤극양식을 정착시키는 것"이라면서 "춤극의
세계화를 위해 장르의 구분을 떠나 배역에 맞는 유능한 춤꾼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같은 시도를 하게됐다"고 밝혔다.

오디션은 7일 오후 1시 국립무용단 연습실에서 열리며 송범, 김문숙,
김태현씨 등 자문위원들이 심사한다.

한편 국립발레단은 지난 1월부터 현대무용가 홍승엽씨를 초청해 1회
강습을 받고 있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