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철거하자니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서..."

서울역앞 대우빌딩 전면에 설치한 대우자동차의 "누비라" 광고물을 놓고
서울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건물전면에는 광고를 할수 없다"는 옥외광고물관리법 규정을 어겼지만
효과적인 단속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광고물은 광고물관리법상 <>건물전면 광고부착금지 <>창문을 제외한
벽광고금지 <>광고물 크기제한 등의 조항을 어기고 있다.

이에대해 시가 취할수 있는 조치는 과태료 50만원에 검찰고발에 따른
벌금 3백만원이하나 1년이하 징역형이 전부.

물론 강제철거라는 "극약처방"도 있긴 하다.

그러나 "누비라"광고같이 가로 1백2m 세로 80m 규모의 "초대형 작품"을
철거하는데 드는 조건을 따져보면 모른체하는게 더 낫다는 게 자체
판단이다.

철거를 시도할만한 자체인력이 없는 것도 이유이긴 하지만 관할구청이
철거공사를 발주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도 문제이다.

강제집행한뒤 7백만원가량의 철거비용을 원인부담자에게 물리는 방법도
있지만 행여 "대포로 새잡는" 우스운 꼴이 되지않을까 염려해서다.

최근에는 내무부로부터 강력히 단속하라는 시정지시까지 받았지만
뾰족한 수단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뿐이다.

반면 대우측은 경제논리로 보면 당연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다.

지난해 11월 대우자동차의 "라노스"광고를 이같은 방식으로 했을 때
받은 행정조치는 단돈 3백50만원.

과태료 50만원과 검찰에 고발된 대우그룹 자동차판매회사인
(주)대우자동차판매 김여대 전 대표이사가 낸 벌금 3백만원이 전부다.

하루 수만명이 보면서 입에 오르는 초대형옥외광고물의 선전효과에
비하면 이 정도 벌금쯤은 "새발의 피".

이번 "누비라"광고도 지난번에 익힌 "학습경험"을 그대로 적용했다.

50만원의 과태료를 물고 대우자동차판매의 대표이사가 또다시 고발됐지만
내부에선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

"매일 수만명이 보는데 그깟 3백50만원쯤이야"라는 배짱이 생긴 것.

대우측이 이번 광고를 운영하는데 든 돈은 제작비 9천만원에 전기료 등
월간운영비 1천만원선.

주요일간지에 한번 광고낼때 드는 비용보다 적은 수준이다.

더욱이 요즘같은 경기불황을 감안하면 대우측 입장에선 비록 불법이더라도
건물전면광고는 경비절감을 효과적으로 선도하는 효자인 셈이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대형광고물로 도시경관이 훼손되고
시각공해를 일으킨다는 차원에서 당국의 행정조치에 앞서 기업의
법규준수의식이 필요하다는 비판의 소리도 높다.

현실에 맞지않는 법규때문에 집행에 애를먹는 행정당국도 문제지만 법의
맹점을 이용한 기업의 얄팍한 상혼도 문제라는 얘기다.

대우가 오는 4월에도 신차 "레간자"광고를 이같은 불법적 방식으로
재시도해 상습범(?)이 될 지 관심거리다.

< 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