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부가 미국항공사의 화물노선 취항 허가 신청을 거부한데 대해
이 항공사가 한국 항공사들에 대한 제재조치를 미 교통부에 건의, 국내
항공사의 일부 미주노선 취항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19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건교부는 미 월드항공이 최근 신청한 로스앤젤
레스~서울~콸라룸푸르 화물노선 허가와 관련, 월드항공이 자사의 지분 25%를
갖고 있는 말레이시아항공과 이 노선을 공유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취항
허가를 거부했다.

이에 월드항공은 미 교통부에 미국도시에 취항하는 한국항공사에 대한
제재를 요청하고 나서 당초 지난 1월19일로 예정됐던 대한항공의 서울~코나
(하와이)노선과 아시아나항공의 서울~시카고 화물노선 취항이 지금껏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 교통부는 오는 3월초까지 2개월동안 월드항공의 건의를 기초로 건교부의
취항불허방침에 대한 적법성을 판단, 한국 항공사들에 대한 제재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미국은 다른 나라 국적기에 대한 노선 등을 허가할 때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자국 항공사의 견해를 수렴, 제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이와 관련, 아시아나항공은 서울~시카고 화물노선 취항을 위해 건교부의
이같은 방침이 한.미항공협정에 위배된다는 월드항공의 입장에 동조하는
내용의 공문서를 미 교통부에 제출했다가 건교부로부터 경위서 작성을
요구받기도 했다.

한편 건교부는 미국 정부가 자국 항공사의 제재요청을 받아들여 한국
항공사에 불리한 조치를 취할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면서
그러나 오는 3월초까지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미국의 조치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 김상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