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지 최신호는 올해 세계경제를 주름 잡을 "월드 리더 12"를 선정했다.

루빈 미국 재무장관, 앤드류 그로브 인텔 사장, 네드 존슨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사장등 미국인이 3명으로 단연 가장 많이 꼽혔고 다음은
일본으로 이데이노부유키 소니 사장과 함께 한국계 손 마사요시(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명단에 들었다.

한스 티에트메이어 독일중앙은행 총재도 세계경제에 영향력을 발휘할 인물로
지목됐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에선 홍콩 시티퍼시픽의 래리 융 사장 한명만 "월더
리더" 반열에 올랐다.

이들의 12명의 이력을 살펴본다.

<> 퍼시 바네비크 ABB 회장(57) : ABB는 3년연속 "유럽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꼽힌 세계 최대의 전기.엔지니어링 업체.

바네비크는 지난 88년 스웨덴의 아세아와 스위스의 브라운보버리가 합병,
ABB가 탄생될때부터 줄곧 수장자리를 지켜 왔다.

합병 당시 기울어가는 아세아사 회장이었던 바네비크는 특유의 카리스마적
경영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유럽재계의 최대 사건이었던 ABB합병을 단 6주만에 끝내버렸다.

워낙 급진적으로 일을 처리하다보니 "테러의 통치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제 "가장 용서할수 없는일 행동하지 않는 것"이라는 그의 철학은 이제
ABB의 "바이블"이 돼 버렸다.

<> 보리스 베레좁스키 러시아 안보위원회 부서기장(51) : 베레좁스키는
경제력과 정치력을 겸비한 러시아 재벌이다.

그의 역할은 국방과 안보 이슈를 조정하는 막중한 임무.

옐친의 와병으로 러시아 정국이 위기상황에 빠질때 국가안보상의 주요
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게 될 인물이다.

베레좁스키는 지난 80년대후반 러시아 최대 자동차 판매업체 로고바즈를
창업, 재계 거물급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그후 그의 사업은 금융, 석유, 방송및 항공업등 전방위로 뻗어가며 러시아
의 재벌로 성장했다.

<> 한스 티트마이어 독일중앙은행(분데스방크) 총재(65) : 유럽 금융계에서
그의 역할은 올림피아신들과 비슷하다.

오는 99년 완성될 유럽 통화통합에서의 그의 역할만 봐도 그렇다.

물론 "문서상" 규정된 역할은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의 역할이 가장 핵심이다.

회원국은 오는 98년까지 채무, 재정적자, 인플레이션등 마스트리히트
기준에 규정된 경제기본자격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97년에는 유럽각국이 여기에 맞는 경제여건을 다져야 한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그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그의 말 한마디에 전세계 금융계가 들썩인다.

<>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사장(59) : 소니의 창업자이자 살아있는 신화
"모리타 아키오"의 퇴임으로 생긴 소니의 공백을 강력한 리더십으로 메워
가고 있다.

그는 최근들어서만도 디지털 비디오, 이동전화, 비디오 워크맨등 반짝이는
첨단상품을 새로 내놓는등 디지털 시대의 전자시장 제패를 준비해 가고 있다.

내달에는 차세대 영상기록매체인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를 출시할 계획.

유창한 영어와 불어솜씨에 베스트 드레서의 명성까지 얻고 있는 국제화된
경영인답게 그의 사업역점도 "미래산업"쪽으로 쏠려 있다.

<> 래리 융 홍콩 CITIC퍼시픽 회장(55) : 중국의 10번째 갑부 래리융은
가장 영향력 있는 홍콩의 본토출신 기업인이다.

홍콩에서 서구식 고도의 금융기법을 마스터하는 한편 중국 본토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 홍콩의 중국반환 이후 시대에 가장 눈부신 활약을 보일
경영인으로 첫손 꼽힌다.

<> 손마사요시(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39) : 일본의 빌게이츠로
통하는 손사장에는 요즘 또하나의 별명이 생겼다.

"멀티미디어계의 나폴레옹"이 그것이다.

미국, 유럽등 국적을 가리지 않고 유망한 멀티미디어 기업이라면 닥치는
대로 "점령"해 버리는 그의 인수 스타일을 두고 부르는 말이다.

미 컴퓨터잡지 거물 지프데이비스, 미 인터넷 소프웨어업계 신데렐라
야후, TV아사히 지분 획득, 세계 최대의 컴퓨터 메모리제품 생산업체
미킹스톤 인수..

최근 그의 인수기업들을 헤아리기도 숨이 찰 정도다.

<> 피너 먼크 베릭골드사 회장 : 헝가리 출신인 먼크회장은 2차대전후
캐나다로 건너왔다.

80년대초 그는 북미지역의 금광개발에 뛰어든다.

세계최대의 금생산국인 남아공의 정세가 불안했던 터다.

"호랑이"가 없는 틈을타 배릭골드는 세계적인 금공급업자로 발돋움했다.

먼크회장의 다음목표는 최근 설립한 부동산 회사 트리젝한사를 앞세워
세계적인 "부동산왕"으로 등극하는 일이다.

<> 카를로스 슬림 텔멕스사 회장(57) : 텔멕스는 통신시장개방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AT&T, MCI등이 미국에서의 "밥그릇"을 노리는 텔멕스를 경계해야
할 판이다.

텔멕스 뒤에는 멕시코 제일의 갑부인 슬림회장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슬림회장의 영도력하에 텔멕스는 탄탄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 마리아 실비아 마르케스 브라질 CSN 회장 : 여성사령관으로 유명하다.

리우데자이루시의 경제자문시절 시의 경제를 벌떡 일으키며 차기 시장
감으로 꼽히기도 했다.

CSN의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마르케스 회장은 회사를 "강철"처럼 단단히
키우고 있다.

출산 바로전날 철야로 근무할 정도로 독한 일벌레라는 평.

<> 루빈 미국 재무장관 : 세계경제의 중심축인 미국경제.

이 거대한 바퀴의 중심엔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이 버티고 있다.

월스트리트 출신이자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을 역임한 그는 설명이
필요없는 경제통.

<> 네드 존슨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회장(66) : 노익장이란 무엇인가를
확실히 보여주는 사람이다.

동년배들은 서서히 무대뒤로 사라져갈 즈음 존슨회장은 전세계 투자자들
에게 판매할 뮤추얼 펀드를 들고 대륙을 누비고 있다.

<> 앤드루 그로브 인텔사 사장 : 그는 만족을 모르는 사람이다.

현재 전세계 PC칩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인텔.

하지만 나머지 20%조차 양보할 수 없다는게 그의 욕심이다.

< 노혜령.김혜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