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굵직한 악재가 동시에 빅뱅식으로 터져 나라가 총체적 혼란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초부터 노동법개정에 대한 노.사.정 및 종교지도자간의 공방, 가두시위와
파업까지 겹쳐 증시가 폭락하는등 경제가 엉망이다.

곧이어 선진국 노조지도자의 시위동참,개정노동법에 대한 OECD의 공개질의
등으로 전세계의 주시속에서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는 와중에 한보스캔들이
나라를 덮어 버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초기에는 한보부도가 몰고온 금융권의 부실에 대한 우려와 중소기업
연쇄도산방지, 한보의 뒤처리문제등이 당연하게도 발등의 불이었다.

그러나 여야의 정치거물들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면서부터는 경제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다.

1월의 국제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수준이었으며 외환 보유고의 감소가
적정선이하로 내려간 상태에서 원화가 급속히 절하되고 있다.

홍콩 언론이 전세계 10여국의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투자해서는 안될 나라로 뽑혔다는 뉴스는 신문의
말미를 겨우 차지하였을 뿐이다.

이 모든 일들이 신정 설 연휴를 포함하여 불과 한달 남짓기간 동안에
발생한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총체적 난국을 극복하려면 YS의 인사 스타일이 상당부분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제는 각료와 비서진들이 소신있는 능력발휘를 할수 있도록 해야한다.

각료와 비서진들의 업무수행능력과 결과를 세세히 살펴 일정기간내의
성공과 실패의 경중을 잘 저울질해야 할 것이다.

이때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평범한 진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실수가 있더라도 실수할 수밖에 없었던 여건을 살피고 실수에서 성공의
실마리를 찾아내 궁극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가를 살펴야 할 것이다.

즉 능력위주 성과위주의 인사스타일만이 정책실패 행정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위기 쇄신용, 국면전환용 인사라는 용어가 흔히 쓰이고 있다.

악화된 여론을 달래기위해 여론이 나쁜 사람을 바꾼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론을 해석하는 데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여론은 이성보다는 감정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아침에 다르고 저녁에 변하는 것이 여론이다.

여론을 무시해도 안되지만 인사 결정이 여론에 치우쳐서는 온갖 부작용이
발생한다.

적극적으로 국정현안과 중장기 정책과제를 발굴하여 이를 해결해나가야
할 공직자들이 최종적인 성과달성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오히려 국정수행
과정에서 사소한 실수도 발생하지 않도록 보신주의적 복지부동 행태를
보이게 된다.

문제해결보다는 은폐가, 정책발굴보다는 조속한 마무리가 처신의 기본이
된다.

특히 정권 말기에는 이런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데, 꼭 해결되어야할
국정현안이 표류하게 되고,되는 일이 없이 모든 일이 용두사미식으로 끝나기
쉽다.

온통 나라 전체가 대통령 선거에 매달리게 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경제는 한순간도 낭비할 수 없는 지경에 있다.

홍콩언론의 지적은 한국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불안하여 컨트리 리스크가
높은데다 고임금과 불안한 노사관계로 신규투자의 성공확률이 지극히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에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경상수지 적자를 내고 전국규모의
노사분규발생과 한보부도이후 외국투자자들이 우리경제의 취약점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국내외 투자자의 국내투자 기피현상과 이것이 초래할 대량실업의 가능성이
심각하게 제기된 것인데, 이를 해결하는 방도는 현 경제팀이 제시한
노동법개정, 금융개혁, 한보부도의 조속한 마무리 등을 정치 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 여론의 눈치 안보고 소신있게 추진해 가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시중에는 지금의 정치적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YS가 전면적인
당정개편을 추진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

그러나 과연 YS임기가 얼마 남지도 않은 시점에서 분위기 쇄신용
인사를 하는 것이 경제에 바람직한가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바꾼다고 하는 순간부터 전 공무원사회는 복지부동과 눈치보기로 일관하게
된다.

바꾸고 나서 신임 각료와 비서진들이 업무파악하여 진용을 새로 짜고
정책 수행에 임하기까지에는 상당한 시일이 요구되고, 그 사이에 경제는
방황하고 정치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

YS가 해야할 일은 분위기 쇄신용 개각이 아니라 여론과 정치에서 경제를
분리하고 현경제팀에 임기말까지의 개혁을 마무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