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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진단] 미 비즈니스위크지, 아시아은행 경영실태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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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의 은행들은 "카드로 지은 집" 같다.

    "훅" 불면 당장 무너져 내릴 것처럼 부실하기 짝이 없다는 얘기다.

    미국의 비즈니스위크 최근호는 아시아지역 상업은행들의 경영실태를 특집
    으로 다루면서 이렇게 표현했다.

    도쿄에서 서울을 거쳐 타이페이에 이르기까지 부동산시장 붕괴, 기업도산
    등으로 회수불능인 은행돈이 자그마치 6천6백억달러.

    일본이 가장 심각하다.

    경제의 덩치가 큰 만큼 금융부실의 파장도 클 수밖에 없다.

    지난 5년간 버블(과열경기)이 급격히 꺼지면서 부동산시장이 붕괴됐다.

    이어 부동산담보대출과 투자에 이골나있던 일본은행들이 거덜나버렸다.

    이로인한 은행 빚이 3천5백억달러에 이른다.

    일본의 20대 상업은행중의 하나인 일본신용은행등 대형은행들의 도산소문
    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한국도 문제가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몇몇 국책은행과 시중은행들이 한보철강 한 회사에 무려 58억달러의
    대출을 해주었으나 끝내 이 회사는 망했다.

    그 대출규모는 이 회사 총자산의 20배를 넘는다.

    한국 시중은행들의 부실채권규모는 무려 1백10억달러.

    일본과의 경제력 격차에 비추어 한국의 상황이 일본보다 더 심각한 것같다.

    미국 살로먼 브라더스의 한국합작사인 한누리-살로먼증권은 "한국의 시중
    은행들은 마지노선을 벗어나 있다"고 평가했다.

    동남아의 작은 용으로 불리는 태국도 예외는 아니다.

    동남아 관광붐을 과신한 부동산개발업자들의 무모한 투자에 태국상업은행들
    의 물린 돈이 1백50억5천만달러.

    태국 국내총생산의 9%에 육박하는 규모다.

    인도네시아 상업은행들의 대출액중 17%는 회수불능상태다.

    일본 한국 등이 최근들어 문제의 심각성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금융대수술을
    거론하고 있으나 전도는 극히 불투명하다.

    하시모토 일본총리는 "일본판 빅뱅"에 정치생명을 건다고 공언하고 있고
    한국의 김영삼대통령도 연초 기자회견에서 금융개혁을 천명했다.

    말레이시아와 대만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하다.

    그렇지만 성과를 기대하기엔 시기상조다.

    한국의 경우 김대통령이 취임초기부터 모든 시장기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줄이겠다고 되풀이 강조해 왔다.

    하지만 막상 칼자루를 쥔 관료들이 교묘하게 제동을 거는 바람에 제대로
    이뤄진 것이 별로 없다.

    동아시아의 금융권이 왜 이 지경이 됐는가.

    과거 너무 좋았던 시절에 자기혁신을 게을 한 탓이다.

    지난 80년대 동아시아 경제가 욱일승천하던 그 시절에 이 지역의 은행들도
    전성기를 누렸었다.

    돈대는 기업들마다 쑥쑥 자랐고 주식과 부동산시장도 불황을 몰랐다.

    은행원들은 부실채권이란 단어를 잊어버릴 정도였다고 일본 장기신용은행의
    한 임원은 회고했다.

    90년대 접어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먼저 일본에서 과열경기(버블)가 내려앉으면서 부동산시장부터 무너져
    내렸다.

    한국등 동아시아지역에서도 같은 양상이 벌어졌다.

    부동산담보 대출만 능사로 알아 왔던 동아시아 금융기관들이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80년대 동아시아기업들의 비약적인 성장도 역설적이지만 결과적으로
    은행부실을 초래한 요인의 하나다.

    당시 한국 태국 대만 중국등은 정부주도로 반도체에서 전자, 석유화학에
    이르기까지 거의 산업의 전분야 걸쳐 모험에 가까운 팽창전략을 구사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입김에 맥을 못추는 은행들은 거의 무제한 자금을 댈수
    밖에 없었다.

    정부 간섭에 젖어 경영의 기본인 "이윤" 개념을 외면해 버렸고 마치
    대기업그룹들 처럼 "외형불리기"에만 정신을 쏟아 왔던 것이 화근이었다.

    비즈니스위크지는 "동아시아의 은행부실은그 자체로도 심각하지만 향후
    이 지역의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걸림돌이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
    라고 결론짓고 있다.

    [ 은행부실의 이유는 ]

    동아시아 은행과 서구은행의 경영문화에 큰 차이가 있다.

    이것이 이 지역은행들의 부실을 초래한 배경이기도 하다.

    동아시아 은행들은 이 지역기업들이 덩치키우기를 통해 서구의 경쟁자들을
    추격한다는 바로 그 전략을 답습해 왔다.

    동아시아 기업들의 제조업을 중심으로 세계시장의 마켓셰어를 확보하는데
    성공하는 것을 보고 은행들도 "바로 이것이다"고 오판했다.

    그들은 성장이이윤을 보장할 것으로 확신했다.

    더욱이 동아시아 은행들은 "신용과 비용"에 바탕을 두고 기업을 분석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결과는 부동산담보에 의한 융자를 능사로 아는 대출관행을 정착시키게 됐다.

    이는 은행의 자산운용에 치명적인 결함으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동아시아의 높은 저축률도 은행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자기반성을 늦추는 역효과를 가져 왔다.

    동아시아 금융의 위기는 이 지역의 금융기관들의 대출관행을 수술하는데서
    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비즈니스위크의 진단이다.

    < 이동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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