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기점으로 한보 특혜대출의혹사건수사가 핵심단계로 돌입했다.

검찰은 정태수 총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과 전.현직 고위 관료들의
소환 조사를 위한 준비를 거의 마무리한 상태다.

따라서 검찰에 이번주는 그간의 "변죽 울리기"에서 벗어나 사건의 핵심
부위에 본격적으로 칼을 대는 시기로 보인다.

검찰이 현재 1차 소환대상자로 압축해 놓은 인사는 10여명선.

정총회장이 돈을 줬다고 진술한 40여명의 정치인및 전.현직 고위 관료들중
액수가 1억원을 넘어선 사람들이다.

이중에는 신한국당 홍인길의원과 국민회의 권노갑의원처럼 일찌감치
언론에 노출된 정객은 물론 10억원 이상을 받은 여권 실세와 여.야 중진
의원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료의 경우 경제부처의 일부 전.현직 고위공직자가 들어 있긴 하나 그
수는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전해진다.

공무원을 "배신"해서는 기업가로서 재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정총회장이
정치인의 이름은 간간이 흘리면서도 공무원에 대해서는 입을 꼭 다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검찰관계자는 "정치인에 대한 수사는 상당히 진척됐으나 관료에 대한
수사가 부진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럴 경우 표적 수사라는 비난이 일수도
있어 공직자에 대한 기초수사에 보다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당초 관료-정치인순으로 잡아놨던 검찰의 소환순서는 이 두 부류를
병행하는 것으로 바뀔 공산이 크다.

검찰이 우선 소환대상자로 설정해 놓은 10여명은 사법처리 가능성이 높은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수수 액수가 많기도 하지만 은행장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은행대출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파악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최병국중수부장은 "어떤 사람은 자리에 앉아 있기만 해도 영향력이 행사될
수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아무리 전화를 해도 별무 효과일 수도 있다"며
돈의 액수보다는 외압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이들외에 나머지 수천만원대의 돈을 받은 단서가 잡힌 나머지
30여명에 대해서는 좀더 시간을 두고 조사할 방침이다.

정총회장에 대한 기소시점인 19일까지 핵심 관련자 10여명에 대한 조사를
마쳐 이를 바탕으로 중간수사 결과를 내놓겠다는 속셈이다.

이렇게 볼 때 검찰의 "한보 해법"은 여권의 거물급 인사 2~3명을 포함해
10명 안팎의 정치인및 전.현직 고위 관료를 구속하는 선에서 조기수습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주변에서도 "이번 설연휴를 기점으로 정부측과 사전조율을 거쳐 어느
정도 수사의 윤곽은 잡힌것 같다"며 "이미 내사단계에서 확인된 자료가
충실하다면 소환조사나 사법처리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구속만기일까지 수사가 매듭될지 모르겠다"던 지난 주초 검찰의
태도와 대조되는 자세다.

특히 "구속만기일까지 로비의혹이 확인되지 않은 정치인이나 고위공무원들
은 그 이후 수사해도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할것"이라는 최중수부장의 말은
사실상 정총회장의 구속만기일을 전후로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시사
한다고 볼수 있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