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가 권력형 비리의혹사건으로 가닥이 잡혀감에 따라 통치권자인 김
영삼대통령이 여권핵심실세들이 연루됐을 경우 이들을 사정대상에 포함시킬
지 여부에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항간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민주계 실세일부가 개입된 것으로 드러
날 경우 당사자는 물론 현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힘은 물론 여권의 차
기구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올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또 한보자금지원에 직접적으로 관련은 없으나 후원회비나 "떡값"
조로 자금을 수수한 여야정치인도 상당수에 이를것으로 보고 이들에 대한 사
법처리 범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영삼대통령은 1일 이와관련,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부정부패의 표본이라
고 생각한다"면서 한보사태를 수사함에 있어 성역은 있을수 없으며 비리연루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조사해 의법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여야정치권은 김대통령의 이번 언급을 민주계의 핵심인사까지도 사정대상에
서 제외시키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정당국도 한보철강에 대한 특혜대출의혹 뿐아니라 6공말 수서비리로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한보그룹이 지난해 재계 14위로 급부상하기 까지의 성장배
경 전반에 걸친 정.관.금융계의 유착비리의혹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수사활동
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의 수사가 한보그룹 성장과정 전반에 걸친 정.관계의 "비리커넥션"
을 파헤치는 쪽으로 확대됨에 따라 한보사태에 연루된 정치권 인사들이 당초
예상보다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수사방향이 이처럼 확대된 것은 이번 사건을 둘러
싼 모든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지 않을 경우 국정운영 자체가 위기에 빠져들
것이라는 김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
다.

그는 "여권은 이 위기를 극복하지 않으면 끝장이라는 각오로 한보사태에 임
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전망할 수는 없지만 광범위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
기 때문에 한보의혹사건에 연루된 정치권 인사들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
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권의 또다른 관계자는 "사정당국은 지난해 한보그룹을 둘러싼 각종 비리
설이 제기될 당시부터 은밀히 자료수집에 착수한 것으로 들었다"면서 "연루
정치인에 대한 상당한 증빙자료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
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은행권에 압력이 먹혀들어갈수 있는 민주계의 핵심실세
들과 일부 여야중진의원, 14대나 15대에서 국회 관련상임위인 재무위 재경위
또는 상공위 통산산업위 등에서 활동했던 상당수 인사들에 대해 "개연성" 차
원에서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거명되는 인사들은 대부분 자신의 연루설을 부인하면서도 검찰수사의 추이
를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한보측과 평소 접촉이 있었던 일부 의원들은 "어느정도의 액수면 이번 사정
의 유탄에 맞을것 같으냐"고 말하고 있다.
돈을 받은 의원이 상당수일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휴일인 2일 들어 정치권에 나도는 연루인사의 수는 점차 늘어나면서 사법처
리의 대상인물들도 구체화하는 듯한 분위기다.

민주계출신의 한 여권실세는 "희생양" 차원에서도 사법처리를 면키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강하게 돌고 있고 전직 경제부총리와 모전직장관, 14대때의
모 상임위원장등 고위인사들도 연루됐다는 설이 나돈다.

여야가 상대측을 교란시키기 위해 흘리는 음해성 설도 난무하고 있다.

여권핵심부는 여야정치권이 "물타기"나 의혹부풀리기를 거듭할 경우 엄정한
검찰수사가 진행되더라도 국민적 의혹을 남길수 있다고 보고 검찰수사에 가
속도를 붙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박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