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한보특혜대출 의혹사건 수사 첫날인 28일부터 적극적이고 전격적인
초동수사를 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한보그룹과 정태수총회장 일가에 대해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새벽부터
벌이고 대대적인 출국금지조치를 내리는등 발빠른 행보를 보인 것.

검찰이 이날 압수수색을 실시한 곳은 모두 21곳.

그룹본사, 한보철강, 상아제약, 한보상호신용금고등 주요 계열사는 물론
정총회장과 종근.원근.보근.한근씨등 아들 4형제의 집등 "한보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곳은 모두 뒤진 셈이다.

검찰은 또 이날 하루에만 20여명을 추가로 출국금지조치했다.

홍태선전한보철강사장등 한보측 실무자 11명을 무더기로 잡아 놨고 신광식
제일은행장등 관련 은행장을 포함한 금융계 인사 10여명도 후일 조사를 위해
일찌감치 신병을 확보해 뒀다.

검찰의 이같은 적극적이고 전격적인 초동수사 양상은 이번 사건의 실마리를
한보측에서부터 신속하게 풀어가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마디로 금융권및 정치권과의 본격적인 한판에 앞서 한보를 대상으로
스파링을 시작하겠다는 뜻이다.

최병국대검중수부장은 이와 관련, "비교적 건드리기 쉬운 작은 줄기부터
조사해 나가다 보면 큰 줄기가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검찰이 이날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영장의 명목상 취지는 정총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혐의를 수사하기 위한 것.

즉, 정총회장이 <>부도를 예상하고도 어음을 남발했는지 <>갚을 능력이나
의사도 없이 계열사에 대한 빚보증을 과도하게 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
함으로써 특가법상의 사기나 배임죄를 우선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제일은행측이 경찰에 고발한 당좌수표의 부도건(부정수표단속
위반)과 신용관리기금이 고발할 예정인 한보상호신용금고의 "출자자 대출
금지" 규정위반(상호신용금고법위반)등도 수사의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그러나 검찰이 정총회장및 한보측에 대한 1단계 수사에서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대목은 역시 회사공금이나 대출금의 유용여부다.

이를 밝혀내야만 한보와 정-금융계간의 "뇌물고리"를 추적해 들어갈 수 있고
한보-금융권-정치권으로 이어지는 단계적인 수사 테크닉도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의 설정해 놓은 수사 수순이 매끄럽게 진행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우선 근래 검찰의 최대 사건이었던 전.노사건과 비교해 보자.

전.노사건의 경우 수사대상이 광범위하긴 했지만 전직대통령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반면 이번 사건은 "시계제로"의 상태에서 "특혜금융의 배후"를 추적해 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 전.노사건은 박계동전의원이 명확한 물증을 제시했고 노전대통령의
자금관리책이었던 이현우전경호실장이 "술술" 불어 줬던 만큼 수사에 탄력이
붙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정총회장의 "무거운 입"은 검찰도
여러차례 경험했던 바이다.

게다가 정치권의 국정조사까지 병행돼 수사의 혼선이 빚어질 우려가 크다.

따라서 압수수색과 은행감독원을 통해 확보한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는
한편 정총회장, 이철수전제일은행장등 한보및 은행권 핵심 인사들의 무더기
소환이 이뤄진 뒤에야 사건의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윤성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