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업의 고비용 저효율구조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말이다.

특히 외형위주의 경영에서 내실위주의 경영, 가치창출의 경영으로 경영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28일 63빌딩에서 상장회사경영진을 대상으로 ''기업
환경의 변화와 가치경영시스템의 도입''을 주제로 세미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 선진국에서 경영시스템의 하부구조로 자리잡은 VBM
(가치중심경영) EVA(경제적부가가치)라는 가치경영시스템의 도입과 활용
방안이 적극 논의됐다.

이원흠 LG경제연구원이사의 토론을 요약했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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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업경영혁신운동의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할 시점이다.

지금까지는 경영혁신을 왜 해야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도외시됐다.

경영혁신의 방법론에만 치우친 감이 없지 않았다.

따라서 경영혁신의 성과는 애매하게 됐고 회의감만 남게 됐다.

혁신이 추진된 다음에 나타나는 성과가 과연 혁신의 결과인지 여부를
판명할 수 없는데다 남이 한다면 나도 해야 된다는 유행의 악순환에 빠지게
됐다.

가치경영을 표방하는 경영혁신은 이런 부작용을 원천적으로 배제해 준다.

왜 혁신을 해야하고 무엇을 혁신해야 하는지를 바로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가치경영은 기업철학이기도 하고 경영혁신이기도 해 기업경영의 모든
면에 적용 가능하다.

가격파괴 원가파괴 유통파괴 인사파괴 경영파괴 등으로 대변되는 과거형
경영혁신은 왜 파괴해야만 하는지 뚜렷한 이유가 불분명했다.

반면 가치경영 패러다임은 미래지향적이다.

가치의 창조, 극대화를 경영목적의 중심에 두고 있다.

즉 창조가 핵심이다.

고객가치의 창조 종업원가치의 창조 협력업체가치의 창조 및 채권자가치의
창조 주주가치의 창조 등 경제주체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윈-윈(win-
win)전략이 가능케 하는 경영철학이다.

가치경영의 척도는 경제적 부가가치(Economic Value Added:EVA) 혹은
경제적 이익(Economic Profit:EP)이다.

회계적이익과는 측정상의 많은 차이점이 있지만 EVA의 측정은 이론적
배경이 탄탄한 개념이다.

EVA는 우리기업들에게 그동안 잊고 왔거나 무심히 지나쳐온 중요한 내부
정보의 활용을 촉구하는 개념이다.

우리기업들은 그동안 경영성과나 업적을 지나치게 외형위주로 평가하는
경향이 짙었다.

매출액 시장점유율 당기순이익 및 이들 지표의 증가추구가 이에 해당된다.

이같은 지표의 특징은 지나치게 손익계산서에 치중된 것이다.

EVA는 손익계산서뿐 아니라 대차대조표에서의 균형감있는 경영전략의
전개와 필요한 정보의 활용을 필요로 한다.

투하자산대비 매출액회전율 투하자금의 크기 투하자금의 자금조달방법
자금조달원별 자본비용과 투자자의 기회비용 투하자본수익률 가중평균자본
비용 등과 같은 주로 대차대조표와 관계가 깊은 정보들이 바로 그것이다.

EVA를 통해 이런 정보들이 기업경영의 계획 실행 평가 재계획과정에 매우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EVA는 우리 증시에도 주요한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특히 증권투자자 투자분석가 펀드매니저 등은 주가형성의 주요 요소로
1주당 내재가치가 EVA 사업가치 기업가치 주주가치 등과 같은 지표가 밀접
하게 연동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주식시장 개방을 앞두고 90년대초에 일어난 "주가수익비율(PER)혁명"에
못지 않는 오히려 더 큰 충격을 주는 "EVA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VA는 기업경영과 실무에도 자본비용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자본비용하면 평균지급이자율이나 자본금기준의 낮은 배당율정도로
이해하던 기업경영자들이 이젠 자기자본비용이 비싸고 중요한 비용이라는
점을 새롭게 깨닫게 될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EVA는 기업들의 사업계획 투자안분석 성과평가 업적에 대한
보상문제 등 여러분야에 걸친 경영혁신방향에 혁명적 충격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EVA가 완벽한 지표는 아니다.

단기적 성과측정지표라는 한계가 있다.

수익에 따른 위험의 감안 및 돈의 시간가치라는 가치평가상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사항을 모두 담아낼 수 없다.

또한 기업 사업 프로젝트 제품마다 수명주기가 다르고 현재를 기점으로
한 잔여수명기간이 다른 경우에 EVA를 기준으로 상호비교를 하기에도 역시
한계가 노출된다.

이런 한계점들은 EVA이론의 결점이 아니라 극복해야 할 실무적이고도
실증적인 과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