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사들인다, 고로 존재한다 .. 황주리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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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습관적으로 사면서 쾌감을 느끼는 사람을 영어로는 쇼퍼홀릭이라
부른다.
과소비문화란 바로 쇼퍼홀릭의 세계이다.
이멜다나 재키 오나시스같은 극소수 특권층 여인들에게나 있던 이 증세가
언제부터인가 보통사람들에게까지 넓게 전염되기 시작했다.
남편이 바쁜 나머지 일에만 빠져 있고 대신 많은 돈을 가져다줄 때 아내가
빠지기 쉬운 병이던 물건 사재끼기병이 이제 겨우 말을 하기 시작한
어린아이들에게까지 만연되고 있다.
요즘의 많은 아이들은 "오늘은 할아버지 혹은 아버지가 준 돈으로 어떤
장난감을 살까"를 궁리하고 그 물건을 사는 낙에 빠져 산다.
그런 식으로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된 뒤의 이 세상은 "쓰고 보자"가
아니라 "쓰다가 죽자"는 식의 기막힌 곳이 될 것같다.
우리가 어릴 적엔 벙어리 돼지저금통도 아주 좋은 장난감이었다.
그곳에 동전이 조금씩 차올라 돼지가 들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지는
걸 바라보는 것을 낙으로 가르치던 우리 어머니들과 지금의 어머니들은
물론 여러가지 면에서 다르다.
옆집아이가 산 걸 내 자식에게도 사줘야 하고, 부부가 모두 바쁘다 보니
자식에 대한 애정을 돈으로 때울 수밖에 없다.
영양과다가 성인병의 원인일 수 있듯이 물질의 과다 역시 마음의 병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초등학교시절 나 역시 물건 사는 병에 걸렸던 적이 있다.
우표수집광이던 나는 매일 아침 눈만 뜨면 엄마가 주는 돈을 갖고
우표가게로 달려갔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는 몹시 화가 나서 우표수집앨범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물론 그후에도 그 병을 고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어머니는 내게 이 세상에는 10원이 없어서 또뽑기사탕(동그란
국자에 설탕을 녹여 만든 얇은 판에 별이나 불가사리 모양을 찍었다.
찍힌 모양대로 살려내면 하나를 더 줬다) 하나도 못사먹는 많은 아이들이
있음을 생각하게 하셨다.
아무래도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일은 소중한 자기 자식에게
건강하고 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일 듯싶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9일자).
부른다.
과소비문화란 바로 쇼퍼홀릭의 세계이다.
이멜다나 재키 오나시스같은 극소수 특권층 여인들에게나 있던 이 증세가
언제부터인가 보통사람들에게까지 넓게 전염되기 시작했다.
남편이 바쁜 나머지 일에만 빠져 있고 대신 많은 돈을 가져다줄 때 아내가
빠지기 쉬운 병이던 물건 사재끼기병이 이제 겨우 말을 하기 시작한
어린아이들에게까지 만연되고 있다.
요즘의 많은 아이들은 "오늘은 할아버지 혹은 아버지가 준 돈으로 어떤
장난감을 살까"를 궁리하고 그 물건을 사는 낙에 빠져 산다.
그런 식으로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된 뒤의 이 세상은 "쓰고 보자"가
아니라 "쓰다가 죽자"는 식의 기막힌 곳이 될 것같다.
우리가 어릴 적엔 벙어리 돼지저금통도 아주 좋은 장난감이었다.
그곳에 동전이 조금씩 차올라 돼지가 들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지는
걸 바라보는 것을 낙으로 가르치던 우리 어머니들과 지금의 어머니들은
물론 여러가지 면에서 다르다.
옆집아이가 산 걸 내 자식에게도 사줘야 하고, 부부가 모두 바쁘다 보니
자식에 대한 애정을 돈으로 때울 수밖에 없다.
영양과다가 성인병의 원인일 수 있듯이 물질의 과다 역시 마음의 병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초등학교시절 나 역시 물건 사는 병에 걸렸던 적이 있다.
우표수집광이던 나는 매일 아침 눈만 뜨면 엄마가 주는 돈을 갖고
우표가게로 달려갔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는 몹시 화가 나서 우표수집앨범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물론 그후에도 그 병을 고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어머니는 내게 이 세상에는 10원이 없어서 또뽑기사탕(동그란
국자에 설탕을 녹여 만든 얇은 판에 별이나 불가사리 모양을 찍었다.
찍힌 모양대로 살려내면 하나를 더 줬다) 하나도 못사먹는 많은 아이들이
있음을 생각하게 하셨다.
아무래도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일은 소중한 자기 자식에게
건강하고 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일 듯싶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