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습지를 보전하자는 정부와 환경단체의 구호가 그 어느때 보다
요란하다.

한편으로는 습지를 매립 간척하여 좁은 국토를 넓게 활용하자는 의견도
설득력있게 들린다.

일반적으로 늪이라 하면 쓸모 없는 땅, 기껏해야 쓰레기 투기장의
후보군으로 인식하였던 것이 그동안의 우리나라 실정이었다.

하지만 나라 밖 사정은 매우 달랐다.

30여년전 중동의 한 국가에서 버려진 땅에 관심을 갖는 몇몇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오랫동안 논의한 끝에 하나의 약속을 만들었다.

이것이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일명 람사협약(Ramsar Convention)이다.

람사는 이란의 한 도시로 주변의 크고 작은 습지는 아프리카와 유럽을
오고가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였다.

람사협약이란 정확하게는 "물새 서식지로 중요한 습지의 보전에 관한
국제협약"으로 물새의 서식지인 습지를 보호하자는 것이 협약의 주 목적이라
할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습지 그 자체를 보호하자는 주장이 강한 지지를 받고
있으며 그 범위가 동굴에 고여있는 물까지로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습지보전의 중요성이 폭넓게 인식되고 있다.

습지에는 인간의 발이 덜 미친다.

가라앉은 침전물질은 수많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며 이때 분해돼 나오는
물질은 식물과 조류에는 귀중한 영양소가 된다.

습지에 서식하는 생물군이 풍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같은 습지의 특성때문에 현재 이 협약에 가입한 나라는 93개국에
이른다.

한국은 습지 유형의 하나인 갯벌이 특히 발달한 나라이다.

서해안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중의 하나라고 한다.

한국해양연구소의 최근 조사결과에서 갯벌을 매립해 농경지로 활용하는
것보다 그대로 보전하는 것이 3배 이상의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갯벌을 비롯한 습지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최근에 일어난 주남저수지 주변 갈대밭의 방화사건은 람사협약 가입을
바로 앞둔 우리들에게 습지보호에 대한 결의를 더욱 불붙게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