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에 이어 은행들도 환투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에 대한 외환당국의 대응이 지나치게 무기력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은행들의 외환운용규모가
5억~6억달러 이상의 초과보유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의 "달러사재기"가 심했던 지난해말과 비교할때 두배 가까운 규모
이다.

이는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초강세를 띠고 있는데다 은행 딜러들
간 환율상승심리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일부 은행들은 외환당국의 개입여부에 개의치 않고 외환거래에
나서고 있어 이같은 분위기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8백50원선이 무너졌던 지난 21일에는 오전부터 외환당국의 개입선을
간단히 뚫어버리기도 했다.

시중은행 딜러들은 "요즘 외환당국을 제외하고는 "팔자"는 기관이 별로
없다"면서 "손해볼 것을 뻔히 알면서 누가 달러를 팔려하겠느냐"고 이구동성
으로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와관련 은행딜러들의 의견과 상반된 입장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금 서울외환시장은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라며 "외환
시장의 속성상 투기적 거래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시각이 현재 만연되고 있는 달러화 가수요 심리를 억제하기
에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 대다수 딜러들의 의견이다.

< 조일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