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국립 종합의료기관인 서울 을지로 국립의료원의 앞날이
불투명하다.

국립의료원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놓고 상급기관인 보건복지부와 재정
경제원의 처방이 엇갈리고 있어 손도 못대고 있는 것.

복지부는 응급치료전문기관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경원은 민영화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적자누적이라는 고질병이 걸린 국립의료원에 정부가 "메스"를 대기로
했지만 부처간 "수술방법"이 달라 수술실에도 못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러는 사이에 국립의료원의 고질병은 도질대로 도지고 있다.

적자폭이 커지면서 급기야는 종업원들의 임금도 제대로 주지 못한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

재정난으로 지난해 10월부터 각종 수당을 지급하지 못했다.

재경원의 "특별배려"로 3개월이 지난 연말에야 간신히 밀린 수당을 줄 수
있었다.

사실 국립의료원이라는 간판이 갖는 "권위의 색"은 이미 상당히 바랬다.

지난 87년이후 차관이상 정부 고위공무원이 국립의료원을 이용한 사례는
단 한차례에 불과했다는 것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정부관료들도 외면하는 의료기관에 일반인들이 찾아갈리 만무하다.

"지난 93년이후 국립의료원을 찾는 환자수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보건
복지부 국감자료).

지난 95년 8억원이었던 적자규모가 지난해 35억원수준으로 4배이상 늘어난
것도 이같은 이유때문이다.

병은 깊어가는 데 수술은 커녕 "기싸움"만 하고 있는 정부를 보는 국립
의료원 의료진들은 착찹하기만 하다.

"막말로 수당이야 조금 나중에 받아도 되지만 천덕꾸러기 취급하는 것은
정말 참을 수가 없어요"(국립의료원 간호사 L씨).

국내 유일의 국립종합의료기관인 국립의료원이 "국립"이라는 명성에 맞게
정축년에 다시 태어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