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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파일] (나의 사무실 이야기) "프로그램에 옷을 입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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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사한지 벌써 2년2개월.

    얼마전에는 후배도 하나 들여놓은 반중견사원이 되었다.

    중학교때부터 막연히 디자이너를 꿈꿔왔던 나는 언제부턴가 여학생들
    사이에서 거세게 분 의상 디자이너 유행을 거부는 마음에서 의상과가 아닌
    섬유예술과를 전공했다.

    의상을 만드는 섬유를 다루면서 순수예술활동도 하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4학년이 되면서 순수예술보다는 일반인들과 가깝게 접하며
    일을 하고 싶다는 충동이 들어 TV광고를 보고 덜컥 입사원서를 냈다.

    필기시험이 합격돼서야 아는 언니로부터 스타일화 등을 며칠동안 배워
    실기시험을 봤다.

    의상팀은 총 16명.

    그중 디자이너는 5명, 나머지는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의상을 봐주는
    진행팀이다.

    나는 의상팀의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고 현재 내가 책임지고 의상을
    준비해주는 프로그램은 "출발!모닝와이드"와 "그것이 알고싶다"등
    보도.교양 프로그램과 "생방송 TV가요20"과 같은 쇼 프로그램들이다.

    그것이 알고싶다와 같은 경우 뉴스와 달리 감각적이면서도 신뢰감을
    줘야한다는 특징을 살리려고 노력한다.

    협찬사에서 의상을 협찬받아 준비하는데 진행자인 오세훈 변호사의
    팔이 유난히 길어 맞는 양복을 찾기가 쉽지않다.

    그것에 비해 출발!모닝와이드는 진행자의 사이즈를 재어 제작받는
    제작 협찬이라서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대체적으로 아침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감안,밝고 젊어보이는 디자인을
    선택한다.

    생방송 TV가요20은 쇼탤런트들과 합창단의 의상을 직접 디자인한다.

    춤을 출때의 착용감 등을 생각해야하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을 많이
    참고한다.

    이런 프로그램들의 의상을 디자인하거나 협찬받아와 의상을 선택해주는
    것 외에도 SBS의 청원경찰이나 농구단의 의상을 준비하는 것도 의상팀의
    일이다.

    종종 협찬사에서 옷 몇벌을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지만
    그것은 천만의 말씀이다.

    스키복이나 한복과 같은 경우와 달리 남자 양복은 협찬받기가 힘들다.

    입고나온다고 화면에 상표가 눈에 띄게 나온 것도 아니고 화장같은
    것이 묻어 못쓰게 될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어렵게 구한 옷들이 사정에 의해 방송되지 못할때는 반납이 불가능해
    돈을 물어주게 될 때 속이 상한다.

    또 연출부와 출연진들,그리고 의상팀간의 생각이 서로 달라 충돌이
    있을 때도 마음 고생이다.

    트로트 가요제가 가장 힘들었던 프로그램이다.

    대학생들의 트로트 경연대회였던 그 가요제에서 쇼 프로그램 성격을
    강조해 만든 의상을 출연자가 한사코 입기를 거부해 쇼가 진행되는
    현장에서 대체 의상을 구하느라 동분서주한 것은 잊을수가 없다.

    또 갑자기 진행 순서가 뒤바뀌는 바람에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 없어
    준비한 의상을 사용하지 못할때도 속상했다.

    또 한복의 목도리가 밖에 나와야하는데 두루마기 안으로 들어가 있어
    따끔하게 야단맞은 기억 등 시청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보지만 스태프의
    일원으로서 꼼꼼히 챙겨야 한다.

    이래저래 힘든 일도 많았지만 의상팀에 들어온 것을 한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여느 직장인들과 같이 동료들과 술 한잔 하면 스트레스가 싹 가신다.

    바쁠때에는 한달내내 밤 12시전에 집에 들어간 적이 없을 정도로 짬이
    없지만 틈틈이 섬유전시회를 견학하기도 하고 잡지책이나 패션쇼를 보며
    최신유행을 체크하기도 한다.

    앞으로 나의 도전과목은 컴퓨터!출연자들의 의상이나 색상 등을
    점검하는 등 쓰임새가 많지만 아직 익숙지 않다.

    선배들에게 질문을 퍼붓고 책을 파고들며 공부 중이다.

    또한 앞으로 SBS최초의 여자 이사가 되는 것이 꿈일 정도로 SBS에서
    평생 근무할 작정이다.

    김진나 < SBS 미술부 의상팀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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