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한 분야로 저온학이라는 것이 있다.

아주 낮은 온도를 연구하여 응용하는 것이다.

저온학의 최근 실험은 1626년 불행한 결말로 끝났다.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닭의 속에 눈을 채워서 닭고기를
보존하는데 있어서 저온의 영향을 관찰하려고 있다.

그러나 그는 실험 도중에 감기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19세기와 20세기 초에 과학자들은 기체를 냉각시키면 액체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초저온의 기체를 금속에 부으면 푸석푸석해지고 전기의 전도도
잘 된다.

이와 같은 발견은 그뒤 50여년동안 거의 방치되어 오다가 우주산업
식품공업 의료등의 분야에서 햇볕을 보게 되었다.

산소 수소 질소 헬륨등의 초저온 액화가스는 우주 공간에서 가장 낮은
온도인 절대0도, 즉 섭씨 영하 273도에서도 푸석해지지 않고 전류가
흐르지 않는 로케트제로용 금속을 만들어내는데 이용되었다.

액화질소는 갓 생산된 농수산물을 냉동시케 그 선도를 유지시키는데도
활용되었다.

또한 저온학은 인간의 혈액을 무기한으로 보호하는데로 원용되었다.

혈액세포는 냉동액에 적신 다음 급격히 섭씨 영하 1백96도로 냉각시키면
파괴되지 않는다.

그와 더불어 정액과 피부조직의 냉각법 연구가 진행되면서 인체 전부를
냉동해 두었다가 다시 재생해 보려는 엉뚱한 착상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 결과 1967년1월13일 미국 캘리포니아 인간냉동협회는 신장암으로
사망 직전에 있던 한 대학교수를 그의 요구에 따라 로스앤젤리스 근처
지하저장고의 액화질소 캡슐에 냉동인간으로 안치했다.

의학기술이 더욱 진보될 30년뒤에는 냉동인간을 소생시켜 암을 완치시킬수
있게 될 것이라는게 당시의 생각이었다.

그뒤 세계에는 70명가량의 냉동인간이 태어났다.

그로부터 30년이 된 오늘날 그 예상은 빗나갔다.

암의 완치도 역부족인 상태이지만 냉동인간의 회생도 기대할수 없다는게
과학자들의 견해다.

그동안의 저온학이 뇌를 비롯한 인체로써 전체의 세포를 파괴하지 않고
냉동시킬수 있을 만큼 진보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도 후손들이 냉동인간을 보존하는데 고심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영생을 갈망하는 인간심리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기만 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