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라도 상대 배우자 명의로 신용카드를 임의로 개설, 사용했을 경우
상대방이 카드빚을 갚아야할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지법 민사 항소2부 (재판장 이재곤 부장판사)는 12일
(주)LG신용카드가 한모씨(여)를 상대로 낸 카드대금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배우자가 상대방 명의로 신용카드를 임의로 개설,
사용하는 행위는 부부간의 일상적인 가사대리권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며 "카드회사측은 계약체결당시 한씨 본인이 카드를 개설했다거나
아니면 남편이 부인 한씨의 승인하에 카드를 개설, 사용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한씨에게 지급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LG측은 지난 93년 8월 남편 강모씨가 한씨 명의로 레이디카드를
개설한 뒤 2년여간 카드를 사용해오다 갑자기 사망해 1백90만원 가량이
연체되자 명의개설자인 한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또 서울지법 민사 항소9부 (재판장 박국수 부장판사)도 한국주택은행이
박모씨를 상대로 낸 카드대금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씨의 부인이 박씨와 식당을 공동운영하면서
박씨 명의로 카드를 개설,이용한 사실은 인정되나 신용카드 개설 및
사용행위는 일상적인 가사대리의 범위를 벗어난다"며 "카드회사는
계약체결시 박씨 본인에 대한 확인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데다가
부인이 박씨의 승인하에 카드를 개설해 이용했다는 사실을 입증치 못하는
만큼 박씨에게 지급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주택은행측은 지난 93년4월 부인 김모씨가 남편 박씨 명의로 신용카드를
개설한 뒤 이를 사용해오다 3백여만원이 연체됐으나 이를 갚지 않자 박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