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계열 금융업체에 근무하는 송영현대리(32)는 정축년 새해가 되면
서 새롭게 시작한 일이 있다.

퇴근시간이 되면 차를 몰고 서울근교로 나가는 일이다.

그가 도착한 스키장에는 야간스키를 즐기기위해 몰려든 또래의 젊은이들을
여럿 만나게 된다.

남보다 뒤늦게 시작한 스키이지만 이번 겨울안에 스키실력을 프로급으로
높일 계획이다.

야간스키는 주말과 달리 크게 붐비지 않아 여유있다.

직장에서 열받은 일들을 스키를 타면서 그날 바로 훌훌 털어버리고 새날을
준비하게 돼 좋다.

또 저녁시간을 이용하니까 시간도 효율적이다.

새해설계로 삶의 질을 높이려는 송대리의 친구나 동료들도 저마다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시작했다.

직장생활이 바쁘더라도 짬을 내서 삶을 즐기겠다는 것.

영어회화학원에 등록하거나 컴퓨터학원에 등록한 실속파 신세대들도 새해
각오가 새롭다.

보다 여유로운 삶을 위해 미리 자신에게 투자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새해설계로 창업을 꿈꾸는 신세대들도 있다.

정보통신기기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정모씨(31)가 대표적인 케이스.

지난해까지 연구개발부서에서 비교적 편한 일을 하던 그는 새해들어
마케팅업무를 자청했다.

제품개발을 위한 기술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상품을 기획하고 또 판매하기 위해서는 마케팅업무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느낀 때문이다.

독립해서 회사를 차리려면 처음 해보거나 힘든 일이라도 기꺼이 하겠다는
게 정씨의 생각.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 등 기업들의 감원바람이 불고 있는데 회사에서
인정해준다는데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않겠습니까.

회사를 만들어 키워보겠다는 욕심도 있고요.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준비를 끝낼 계획"이라며 올 한해는 창업을 준비하는
해로 삼겠다는 새해포부를 밝힌다.

목표는 약간 틀리지만 대기업의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오르겠다며 새해설계
를 그려보는 신세대들도 있다.

해외연수를 지원해 국제적 감각을 높이거나 영업부서를 자청해 밑바닥
경제를 훑어 보겠다는 계획.

원대한 꿈을 이루려는 미래지향파들이다.

다소 소박하고 전통적이지만 삶의 한부분을 차곡차곡 채우려는 생활설계파.

중견 출판업체에 다니는 김태원씨(29)는 올해 목표를 짝을 찾는데 뒀다.

서른을 바라보며 더이상 늦춰서는 안되겠다는 그는 올해안에 결혼에 골인
할 계획이다.

물론 맘에 안드는 상대라도 무작정 하고보자는 생각은 아니다.

일단 안정된 가정을 이뤄놓고나서 새로운 일을 벌리겠다는 밑그림이다.

자동차를 사거나 대리승진시험을 통과하겠다는 새해설계도 어찌보면 좀
진부한 내용이지만 신세대들은 패기있기 밀고 나간다.

올해가 소띠해인 만큼 묵묵히 황소걸음을 걸어도 넉넉하리라는 계산에서다.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있고 그만한 능력이 있다고 굳게 믿는다.

신세대 직장인들이 새해들어 여러가지 일을 벌리면서 쉰세대 직장인들도
일을 꾸며보게 됐다.

신세대들의 적극성이 구세대를 움직이게 하는 것.

더나은 세상을 그려보는 신세대들의 새해설계는 그래서 더욱 힘차다.

< 정태웅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