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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 에세이] 새해에 거는 기대 .. 김문환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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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환 < 문화정책개발원장 / 서울대 교수 >

    의레 이맘때가 되면 "대망"이라는 표어가 유행하게 마련인데 금년에는
    안기부법과 노동법개정안의 변칙통과와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오히려
    "실망"에 가까운 표정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다.

    마찬가지로 "대선"이 정치의 전부가 아니라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것이
    민주주의의 꽃으로서 그와함께 갖가지 기대가 피어오르게 마련인데 국민의
    신망을 한몸에 받는 후보감은 아직 떠오르고 있지 않다.

    문화.예술계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안기부법 날치기통과 창작활동 제약 큰 우려"라는 한 신문의 제호가
    큰 활자로 찍혀 나오는 중에 재정경제원의 교육문화예산담당관은 1997년도
    예산을 설명하면서 문화부문 예산이 전체예산의 0.62%밖에는 되지 못했음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증가율은 26.1%로 전체 예산증가율의 두배수준이다.

    이로써 그동안 문화예술부문에 대한 정부예산배정이 얼마나 적었던가를
    알 수 있다.

    어쨌든 모두 4천4백23억원의 문화부문예산에서 지방문예회관건립에
    1백70억원, 문화의 집 건립에 14억원등을 신규로 지원함으로써 문화예술부문
    의 기반시설(인프라)을 갖추는데 우선순위가 놓여졌다는 설명도 곁들여 있다.

    "문화의 집"의 경우 우리는 프랑스의 앙드레 말로가 문화부장관으로 재임
    하던 시절 전국에 지어나가던 같은 이름의 집을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지방문예회관과 같은 종합적이고 대규모적인 시설
    이었다.

    앙드레 말로는 문화유산의 보호와 활용, 현역 예술활동의 지원, 그리고
    문화활동의 지방분산화노력과 문화의 민주화를 목표로 문화기반시설을
    확충해 나가고자 했던 것으로 이는 연극 음악 무용 영화의 공연을 위한
    1천석규모의 큰 홀과 3백석규모의 작은 홀(회의실등), 전시실, 작은 규모의
    비전문적 홀, 도서실, 음악감상실, 만남의 장소(카페)등을 기본적인 구비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건설비용과 건설후의 운영비를 국가와 지방정부가 50대50으로 대등하게
    부담하되 업무집행과 운영은 정관을 가진 자율적인 단체에 의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도 못박고 있다.

    오늘날 "문화의 집"이라는 명칭을 가진 시설수는 모두 12개로서 그중
    9개소는 인구밀집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원래의 취지인 종합예술공간으로 기능하는 곳은 4개소에 불과하며,
    8개소는 각기 한가지 또는 두세가지 장르에 초점을 맞춰 중점적으로 개성화
    내지 전문화하고 있다.

    문화체육부가 1996년을 "문화복지 원년의 해"로 선포하고 설치해 나가고
    있는 "문화의 집"은 이런 의미에서 프랑스를 모델로 삼기에 무리가 있다.

    그보다는 오히려 독일의 "사회문화센터"를 좀더 눈여겨볼 만하다.

    그것은 대체로 민주적 결정구조, 개방성과 투명성, 비상업성, 사회.정치적
    함의, 아래로부터의 문화활동을 목표로 삼으면서 사용자 우선의 원칙을
    살려 나가고자 한다.

    이른바 "모두를 위한 문화"에 머물지 않고 "모두로부터의 문화"까지 수용
    하려는 이와같은 문화운동은 따라서 시설만큼이나 그안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과 인간관계형성을 중시한다.

    전통적인 문화이해의 확장으로도 이야기될 수 있을 이같은 사회문화운동은
    자치행정과 맞물리면서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새해에는 세계극예술협회와 세계현대음악협회의 총회와 부대행사들이
    서울을 중심으로 일종의 문화올림픽으로 치러질 것이다.

    제한된 국가예산이나마 여러가지 실질적인 효과들이 십분 발휘되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더이상 다른나라들로부터 졸부취급을 당하지 않고
    우리나라사람들이 속물 취급을 당하게 되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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