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열리면서 본격 시작될 대선길목에서 야권에 쏠린 국민의 관심은
자연스레 야권후보단일화로 모아진다.

국민회의 김대중 자민련 김종필총재는 누누이 야권후보단일화를 강조했기
때문에 실행여부도 지켜 볼 일이다.

그러나 정치판은 상황논리의 지배를 받는 곳이다.

그만큼 변수가 많다는 얘기다.

야권후보단일화냐,DJ와 JP의 독자출마냐 아니면 제 3의 후보추대일까.

이런 경우의 수와 그 배경을 지난 한해동안의 야권움직임을 바탕으로
되짚어 보고 야권 대선구도를 조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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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회의 김대중, 자민련 김종필총재의 새해벽두 화두는 누가 뭐래도
야권후보단일화일 것 같다.

숙명처럼 달고 다니는 "대권4수생"과 "영원한 2인자" 꼬리표를 떼느냐
마느냐의 선택은 야권후보단일화로 압축돼 있기 때문이다.

야권후보단일화는 두사람의 지지자들보다 오히려 본인들이 더 절실하게
강조하는 대목이다.

지난해말부터 서로를 필요로 하는 구애성 발언은 끊이질 않았다.

DJ는 지난해말 공개적으로 야권통합의 최우선 파트너로 자민련을 지목했다.

JP도 DJ의 공개구혼에 화답하곤 했다.

DJ와 JP의 공감대는 내각제 개헌이다.

내각제는 국민회의와 자민련 공조의 연결고리다.

이념과 노선이 전혀 이질적으로 보이는 국민회의와 자민련 공조에는
내각제가 버팀목이 되고 있다.

DJ와 JP는 "야권후보가 단일화되면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단일화로의 계산법은 서로가 다르다.

우선 단일화 목적부터 서로의 입장에서 간극이 발견된다.

DJ는 "정권교체"를 위해 후보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JP는
"내각제 개헌"이 목적이다.

단일화 목적만을 놓고 보면 DJ는 JP가 꼭 필요한 조건이지만 JP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JP는 "내각제란 경우에 따라서 어떤 당과도 연립을 하고 손잡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내각제 개헌을 위한 연합이 반드시 DJ일 필요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내각제 개헌시기에 대해서도 두사람의 견해는 엇갈린다.

DJ는 지난해 4.11총선에서 개헌저지선을 호소했기 때문에 15대에서는
개헌이 어렵고 16대에 가서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JP는 "한시대통령론"을 내세우며 15대국회 임기말에 내각제 개헌을
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서로의 미세한 입장차이에도 불구하고 두사람은 "DJP 연합 필승론"에
약속이나 한듯 이구동성이다.

정가일각에서 두사람간에 암묵적인 밀약이 있지 않느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왜 두사람은 연합에 연연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표계산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DJ가 JP를 안으면 자민련의 근거지인 충청과 일부 대구.경북(TK)표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란 단순 계산에서 출발한다.

JP 역시 충청 TK표에 국민회의 텃밭인 호남표를 끌어 안을 수 있다는
셈법을 갖고 있다.

이런 계산법을 뒤집어보면 DJ나 JP모두 자신으로의 단일화를 꿈꾸고 있다는
얘기다.

당내 인사들 가운데 DJP 연합반대론자들은 상대 텃밭을 끌어 안을 수
있다는 표계산의 허구를 비판하고 있다.

DJP 단일화는 상대를 흡수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표를 깎아 내린다는 주장
이다.

DJ 측근들이 "JP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고 진언하는 것이나 JP진영에서
"DJ와 손을 잡는 순간 당이 깨진다"는 얘기까지 나도는 것도 표계산의
허구를 근거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DJ와 JP의 선택은 크게 두가지로 압축된다.

독자 출마와 제3후보 추대다.

제3의 인물로는 조순서울시장을 비롯한 몇사람이 거명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제3후보를 추대하기에는 두사람의 의욕이 워낙 높은 산이다.

JP는 "국민이 배제돼야 할 인물로 여기는 사람을 DJP가 민다고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반문할 정도다.

독자 출마 가능성은 국민회의와 자민련 양측에서 모두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회의측은 JP가 DJ를 추대하는 조건으로 집권후 15대국회가 끝나기
전에 내각제를 추진한다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

이른바 "선정권교체 후제도적 권력분점론"이다.

반면 자민련은 일단 국민회의와의 연대시한을 내년 3월까지고 잡고 그때
까지 국민회의가 당론을 바꾸지 않을 경우 독자후보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DJP 연합은 JP의 내각제카드를 DJ가 수용하느냐 마느냐가 관건이다.

새해 벽두부터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내캐스팅보트를 쥐고있는 자민련은 새해 정국구도에서도 상당한 키를
잡고 있다.

내각제카드가 국민회의에 먹히지 않을 경우 JP는 신한국당내 내각제를
선호하는 일부 세력과의 연합도 상정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DJ나 JP는 이번을 대선고지에 오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큰 그림" 구상은 같지만 붓칠방법이 다른 두사람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리게 됐다.

< 김호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