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주가하락 및 크고 작은 각종 사건들로 몸살을 앓아온 올 증시도
어제 드디어 막을 내렸다.

주식선물시장이 개설되고 장외등록시장인 코스닥이 활성화됐으며 투신업
신규진입이 개방되는 등 증시 선진화를 위한 제도개선이 적지 않았지만
경기침체와 수출부진에 따른 상장사들의 경영악화 및 무기력한 장세로
빛이 바랬다.

주가에 관한한 올해 증시는 해도 너무 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맥을
추지 못했다.

지난해말 882.94로 마감했던 종합주가지수는 4.11총선직후 잠시
1,000포인트 탈환을 장담하는 반짝 상승세를 보였으나 5월 이후 날로
악화되는 경제여건및 주식수급불균형으로 제대로 힘한번 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특히 극심한 수출부진으로 경상수지적자가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한
가운데 대형 제조주를 중심으로 주가하락이 이어졌으며 폐장 하루전인
지난 26일에는 여당의 노동법개정안 기습처리에 반발한 총파업소식으로
18포인트나 빠졌다.

이같은 주가 폭락에도 불구하고 과거와는 달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증시에
개입하지 못한 것은 주목할만한 변화임에 틀림없다.

지난 5월초 주식선물시장이 개설됐고 내년부터는 OECD 회원국이 되는
마당에 증시개입 명분이 약한 것은 사실이다.

또 증시안정기금마저 해체돼 개입하려 해도 마땅한 수단이 없으며
증시규모도 커져 지난 9월의 2부종목 신용투자 허용이나 10월의
근로자주식저축 부양효과는 미미했다.

특히 장기간의 증시침체및 막대한 환차손으로 지난 10월1일의 4차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확대때 유입된 외국자본이 기대에 훨씬 못미친
6천억원에 그친 사실은 중요한 대목이다.

막대한 평가손실을 떠안은 기관투자가들은 기회만 있으면 물량털기에
급급한데다 공기업민영화마저 겹쳐 가뜩이나 주식공급이 많은데 외국인
매수세마저 위축되면 올해내내 장세를 압박했던 주식수급불균형의 망령이
내년까지 계속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공정한 거래질서가 확립되고 소액주주의 권익보호가
강화돼야 하는데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걸핏하면 주가조작소문이 떠돌았고 당국의 조사설은 장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연초에 터진 수익률보장각서파문, 잦은 증권전산시스템고장, 기업공개를
둘러싼 감독기관의 비리파문, 고질적인 불성실공시 등도 무기력장세에
짜증을 더하게 했다.

그나마 환경보호, 정보통신, 기업인수합병(M&A)등과 관련된 소형주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것이 위안이 됐다.

특히 이달초에 터진 한화종금사건은 10대그룹에 속하는 대기업을 상대로
적대적인 M&A를 통해 경영권을 빼앗으려 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줬다.

M&A 대상에 성역이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이 사건을 계기로 대주주의
독주를 견제함으로써 증시활성화및 경영효율극대화가 촉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이제 더이상 일반투자자들이 "봉"으로 취급받아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해둔다.

"개미군단"이 모두 떠나고 투기꾼만 설치면 증시의 장기자본조달기능은
아마 기대될수 없으며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도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8일자).